전북은 물론 전국이 6·3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두고 떠들썩하다. 예비후보 등록을 하거나, 등록을 앞두고 각 진영은 이미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도민들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이번에도 누가 나오든 그들끼리 하는 거 아니냐”는 냉소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도민들이 공감할 만한 선거 이슈는 좀처럼 눈에 띄지 않고, 후보 진영 간 경쟁만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는 전북 정치의 고질병이 된 ‘그들만의 리그’ 현상이 또다시 반복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전북은 더불어민주당의 텃밭이다.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등식이 20년 넘게 이어져 왔다. 이번에도 광역단체장은 물론 기초단체장과 광역·기초의원 공천을 둘러싼 당내 경선이 선거의 전부인 양 치러지고 있다. 국민의힘 등 야당 후보들은 존재감조차 희미하고, 무소속이나 제3 후보는 찾아보기 힘들다.
결국 선거판은 민주당 내부 경쟁으로 좁혀지고, 도민은 관객석으로 밀려난 형국이다. 후보들은 서로를 향해 ‘검증’이라는 이름의 공방을 벌이지만, 정작 도민 삶과 직결된 정책 대안은 찾아보기 어렵다. 새만금 투자 후속, 동부산악권 의료 붕괴, 10조 예산 시대의 민생 체감, 청년 유출과 인구 소멸 대책 같은 굵직한 현안은 후보들 입에서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검증’ 자체를 네거티브로 몰아가는 왜곡된 프레임이다. 후보들의 과거 행적, 재정 건전성, 정책 일관성, 지역 대표성 등을 객관적으로 따져보는 과정이 ‘마타도어’로 치부되고 있다. “선거 분위기를 흐리는 행위”라며 검증 자체를 악으로 규정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보인다. 이는 유권자인 도민의 알 권리를 정면으로 무시하는 처사다. 후보가 공직을 맡겠다면 도민 앞에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검증받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이를 ‘네거티브’로 낙인찍는 순간, 선거는 정책 경쟁이 아니라 진영 논리와 감정싸움으로 전락한다. 결국 도민들의 정치 피로감만 높아지고 투표율은 더 떨어진다. 이미 전북의 지방선거 투표율은 전국 최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이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민주당은 공천 과정에서 ‘그들만의 리그’를 넘어 도민 검증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후보들의 공약 이행률, 재산 변동 내역, 과거 논란에 대한 해명, 지역 현안 해결 능력 등을 체계적으로 공개하고 도민이 직접 평가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야당과 시민사회도 단순 비판이 아닌 대안 제시로 경쟁에 참여해야 한다. 무엇보다 후보들은 ‘누가 누구를 공격하느냐’가 아닌 ‘누가 전북을 어떻게 바꿀 것이냐’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전주·완주 통합, 새만금 미래산업 육성, 동부산악권 공공의료 강화, 청년이 돌아오는 일자리 정책, 노인 복지 실효성 제고 등 도민이 피부로 느끼는 실질적 의제를 놓고 진지한 토론을 벌여야 한다.
지방선거는 중앙 정치의 연장선이 아니다. 도민의 일상을 바꾸는 가장 가까운 정치다. 그런데 후보들만 분주하고 도민은 외면하는 ‘그들만의 리그’가 계속된다면, 선거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전북 정치가 ‘당내 줄 세우기’에서 ‘도민 중심 검증과 정책 경쟁’으로 한 단계 도약하기를 바란다. 도민들의 냉랭한 시선이 바뀌는 순간, 진정한 의미의 지방자치가 시작될 것이다. 후보들은 이제 ‘그들만의 리그’를 끝내고 도민에게 돌아와야 한다. 그것이 6·3 지방선거의 진짜 승부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