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특별자치도가 출범 2주년을 지나 본격적인 도약기에 접어든 가운데 전북의 미래를 결정지을 거대한 설계도가 구체화되고 있다. 전북자치도가 도내 14개 시·군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지정 절차에 돌입한 ‘농생명산업지구’가 바로 그것이다. 전북특별법에 명시된 농업진흥지역 해제권, 외국인 근로자 체류 기간 연장 등 파격적인 특례를 부여받는 이 지구는 단순한 행정 구역의 설정이 아니다. 전북이 ‘대한민국 농생명 수도’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할 최후의 보루와도 같다. 하지만 지구가 지정된다고 해서 전북 농업의 고질적인 저수익 구조와 인구 유출, 인력난이 저절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 농생명산업지구의 핵심은 단순한 ‘특구’ 지정을 넘어, 스마트팜과 식품 가공, 유통, 연구개발(R&D)이 한곳에서 유기적으로 맞물리는 수직 계열화를 완성하는 데 있다. 그간 우리 농업은 생산 따로, 가공 따로, 판매 따로 노는 구조적 한계 탓에 부가가치의 상당 부분을 외부 유통망에 빼앗겨 왔다. 전북이 강점을 가진 종자 산업, 미생물, ICT 기술이 접목된 첨단 농업이 청년들을 불러 모을 수 있는 ‘수익형 비즈니스 모델’로 증명되어야 하는 이유다. 규제 완화라는 당근만 제시하고 정작 기업과 청년 농업인이 수익을 낼 수 있는 시장 구조가 빠져 있다면, 이는 또 하나의 선심성 행정이나 전시 행정의 재판(再版)에 그칠 뿐이다.
특히 이번 농생명산업지구는 전북이 가진 ‘특별한 권한’을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시험대다. 농업진흥지역을 해제하여 산업단지를 만들고 연구소를 짓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환경 훼손 우려와 식량 안보 논란을 어떻게 잠재울지, 그리고 해제된 토지가 특정 자본의 부동산 투기 수단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어떤 안전장치를 마련할지가 관건이다. 도와 지자체는 ‘속도’만큼이나 ‘밀도’ 있는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데이터 기반의 정밀 농업과 고부가가치 식품 산업이 결합된 실질적인 성공 사례를 하나라도 제대로 만들어내는 것이 100개의 장밋빛 공약보다 훨씬 중요하다.
동시에 우리가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절박한 과제는 농생명지구의 정주 여건, 특히 ‘지역 필수 의료 체계’의 복원이다. 아무리 첨단 스마트 팜이 들어서고 고소득이 보장된다 한들, 아이가 아플 때 갈 소아과가 없고 갑작스러운 사고에 대처할 응급실이 멀리 있다면 어느 청년 농부가 전북의 농촌에 뿌리를 내리겠는가. 최근 전북 내 군 단위 지역의 의료 공백은 이미 임계점을 넘어섰다. 농생명지구에 기업이 들어오고 사람이 살려면 교육과 의료라는 기본 인프라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따라서 전북도와 각 시·군은 농생명지구 설계 단계부터 ‘지역의사제’ 도입이나 거점 국립대 병원과의 연계 강화 등 구체적인 의료 안전망 구축 방안을 병행해야 한다. 도지사와 시장·군수들은 이번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자극하는 선심성 복지 공약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농생명산업과 필수 의료라는 두 개의 기둥을 어떻게 튼튼히 세울지 정책으로 승부해야 한다. 농민들의 손톱 밑 가시를 빼주는 세밀한 현장 행정과 거시적인 산업 전략이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전북의 ‘특별함’은 완성될 수 있다.
전북은 전국에서 가장 넓은 평야와 앞선 농업 기술, 풍부한 연구 인프라를 보유하고도 오랫동안 ‘가장 가난한 농촌’이라는 서글픈 굴레를 벗지 못했다. 상생과 협력의 정신으로 전북 농업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놓아야 한다. 이제는 ‘버티는 농업’에서 ‘성장하는 농업’으로, ‘떠나는 농촌’에서 ‘찾아오는 농촌’으로의 대전환을 실천으로 보여줄 때다. 도민들은 말이 아닌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