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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 사설

‘에듀테크 전북’ 1년, ‘교육의 본질’ 되새겨야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입력 2026.04.08 12:46 수정 2026.04.08 12:46

전북지역 교육 현장에 AI 디지털 교과서가 전면 도입된 지 1년이 지났다. ‘에듀테크’를 미래 교육의 핵심 동력으로 설정한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은 ‘1인 1스마트 기기 보급’을 사실상 완료했다. 교실마다 전자칠판이 설치되고 학생들의 손에 태블릿 PC가 들려 있는 풍경은 이제 낯설지 않다. 그러나 거대한 예산이 투입된 데 비해 교육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디지털 기기가 과연 학력 신장과 교육 격차 해소라는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고 있는지, 아니면 또 다른 교육적 갈등과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는지 냉정한 중간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막대한 예산 투입 대비 효율성 문제다. 전북교육청은 지난 2년간 스마트 기기 보급과 통신망 구축 등에만 2,000억 원에 가까운 혈세를 쏟아부었다. 기기 구입비로만 매년 막대한 예산이 지출되고 있지만, 정작 기기 고장 수리와 노후 장비 교체 등 유지 관리 비용에 대한 대책은 요원하다. 거액의 예산이 학생들의 ‘실질적 학력’을 키우는 데 쓰였는지, 아니면 하드웨어 업체의 배만 불리는 ‘장비 전시회’에 그쳤는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기기 보급이 곧 학력 증진’이라는 도식은 현장에서 이미 균열을 보이고 있다. 현장의 교사들은 디지털 기기가 오히려 학생들의 문해력 저하와 집중력 분산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긴 글을 읽고 깊이 있게 사고하기보다 짧은 영상과 직관적인 클릭에 익숙해진 아이들에게 디지털 교과서가 학습도구로 적극 활용되고 있을지 의문이다.

교육 격차 해소라는 명분 역시 현장에서는 역설적으로 다가온다. 디지털 기기는 정보 접근성을 높여주지만, 이를 활용해 자기주도 학습을 할 수 있는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 사이의 격차는 오히려 더 벌어지고 있다. 가정 내 돌봄이 취약한 학생들에게 태블릿 PC는 학습 도구가 아닌 ‘디지털 방임’의 통로가 되고 있다는 비판도 거세다. 이미 서울과 경기 등 타 시도에서는 디지털 과의존 부작용을 경계하며 ‘디지털 디톡스’ 프로그램을 정규 과정에 도입하거나 기기 사용 시간을 제한하는 등 속도 조절에 나선 상태다. 반면 전북은 여전히 보급률이라는 수치적 성과에만 매몰돼 있다.

현장 교사들의 업무 과부하와 교수권 침해 문제도 심각하다. 기기 관리부터 네트워크 장애 대응, 디지털 과의존 학생 지도까지 교사들은 본연의 수업 준비보다 ‘IT 관리자’로서의 역할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다. AI가 교사를 대신할 수 없다는 당위론적인 말잔치 대신, 교사가 학생 한 명 한 명의 눈을 맞추며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아날로그적 시간’을 어떻게 확보해 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전무하다. 기술은 교육을 보조하는 수단일 뿐인데, 지금의 전북 교육은 기술의 속도를 맞추기 위해 교육의 본질을 희생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디지털 과의존에 따른 정서적 부작용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임계치에 도달했다. 쉬는 시간마다 운동장에서 뛰놀기보다 고개를 숙이고 화면에 몰입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서글픈 단면이다. 학교는 공동체의 가치와 소통을 배우는 곳이다. 스크린 너머의 인공지능이 제공하는 정답보다, 친구와의 토론과 시행착오를 통해 얻는 과정의 소중함을 가르쳐야 한다. 전북교육청은 이제라도 정서 발달과 인문학적 소양 교육의 비중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다시 ‘교육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교육청은 기기 보급 이후의 관리 실태를 전수 조사하고, 교사들의 행정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여줄 전담 인력 배치를 서둘러야 한다. 무엇보다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잠재력을 이끌어줄 교사의 따뜻한 격려와 종이책이 주는 사색의 시간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디지털 강국’의 허울보다 ‘교육 강도 전북’의 내실을 다지는 데 교육 행정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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