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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힌 은행이 열린 미술관으로, 군산 원도심에 활력 더하다

이강호 기자 입력 2026.04.16 17:51 수정 2026.04.16 05:51

군산 나운동 도시재생 ‘민간 참여 모델’ 주목

군산시 원도심에 위치한 옛 은행 점포가 미술관으로 재탄생했다. 금융기관이 사용을 마친 영업 공간을 문화시설로 전환해 지역사회에 개방한 사례로, 도시재생의 새로운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JB금융그룹 전북은행(은행장 박춘원)은 군산시 도시재생사업과 연계해 옛 나운동 지점 공간을 활용한 ‘전북은행 미술관’을 지난 2월에 개관하고 운영 중이다.
전북은행은 약 80여 평 규모의 기존 지점 건물을 리모델링해 ‘JB문화공간’을 조성하고, 그 내부에 미술관을 마련했다.
이 공간은 유휴 점포를 철거하거나 매각하는 대신 문화공간으로 재구성한 것이 핵심으로, 지역과 금융, 문화가 결합된 이번 시도가 일회성 사례에 그치지 않고 도시재생의 새로운 방향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미술관이 위치한 나운동은 과거 군산의 대표적인 주거·상업 중심지였다. 학교와 병원, 시장, 금융기관이 밀집해 지역 생활권의 핵심 역할을 했으며, 전북은행 나운동 지점 역시 1991년 개점 이후 30여 년간 지역 금융 거점으로 운영됐다.
그러나 산업 구조 변화와 도시 외곽 개발이 이어지며 상권이 분산되고 유동 인구가 감소하면서 나운동 일대 역시 점차 활력을 잃었고, 나운동 지점도 5년 전 서나운 지점과 통폐합되며 문을 닫았다.
이후 해당 건물은 한동안 활용되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
전북은행은 이 공간을 철거하는 대신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방안을 선택했다. 단순한 공간 재활용을 넘어 문화 기능을 부여함으로써 사람들의 유입을 유도하고, 지역 활력 회복에 기여하겠다는 취지다.
현재 도시재생 분야에서는 기존 건축물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기능을 부여하는 ‘재생형 개발’이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례는 금융기관이 보유 자산을 활용해 문화 기반을 조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금융 기능을 마친 공간이 문화시설로 전환되며 지역을 찾는 새로운 방문 이유를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술관 개관과 함께 첫 기획전도 마련됐다. ‘환기의 산, 수근의 길 – 우리가 사랑한 근대의 풍경들’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는 한국 근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에는 김환기, 박수근을 비롯해 장욱진, 오지호, 유영국 등 주요 작가들의 작품이 포함됐으며, 가나아트문화재단과의 협업을 통해 기획됐다.
전시는 ‘풍경’을 중심 주제로, 산업화 전후 시대 변화 속에서 형성된 한국 사회의 모습과 정서를 담아낸 작품들로 구성됐다. 자연 풍경뿐 아니라 당시 서민들의 삶과 시대적 분위기를 반영한 작품들이 함께 전시돼, 관람객들이 미술을 통해 근현대사의 흐름을 체감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수도권 중심으로 유명 전시가 주를 이루는 환경에서 이 같은 명작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획전이 지방 중소도시에서 열린다는 점과 기존 은행 점포를 활용한 소규모 미술관에서 진행된다는 점에서 문화 접근성의 확대 사례로 평가된다.
군산시는 근대 항구도시로 형성된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다양한 문화재생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시간여행 마을 일대는 근대역사박물관, 동국사, 일본식 가옥 등 근대 건축물이 밀집한 지역으로, 최근 정부의 ‘지역문화매력 100선’에 선정되며 관광자원으로서의 가치도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전북은행 미술관은 기존 관광지와 연계 가능한 새로운 문화 거점으로 기능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관광객 유입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일상적 이용을 동시에 유도할 수 있는 구조라는 점에서다.
이처럼 기존 건축물을 활용한 문화공간 조성은 도시재생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중요한 방식 중 하나로 민간이 주도적으로 참여한 이번 사례는 향후 유사 사업 확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전북은행 측 역시 이번 사업의 의미를 지역사회와의 접점 확대에 두고 있다.
실제로 최근 전북은행은 고객들을 대상으로 전북은행미술관과 연계한 군산 시티투어를 실시한 바 있다. 지역의 문화자원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도민들에게 다양한 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
전북은행 관계자는 “이번 미술관 개관은 단순한 시설 조성이 아니라, 오랜 시간 지역과 함께해온 공간을 시민들에게 다시 돌려드리는 과정”이라며 “금융기관이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지원을 넘어 문화와 삶의 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미술관을 통해 지역의 역사와 정체성을 반영한 전시와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 제공으로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예술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전북은행 미술관은 오는 5월 10일까지 첫 전시를 진행하며, 관람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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