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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 칼럼

RISE에서 ‘앵커’로 전환되는 지역대학 지원사업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입력 2026.04.23 13:23 수정 2026.04.23 01:23

채수찬 경제학자·카이스트 교수

새 정부는 현재의 광역시·도들을 묶어서 전국을 5개 권역으로 나누고, 여기에 3개 특별자치도를 더해 ‘5극 3특’ 체제로 행정구역을 통합해 나간다는 방향을 정하였다. 이에 따라 중앙부처들이 소관 사업들을 이런 방향에 맞추어 만들어 가고 있다.
교육부도 지역대학 관련 사업들을 재구성하고 있다. 필자가 관여하고 있는 ‘RISE’ 사업도 재편된다. RISE 사업은 교육부의 대학 지원 사업 몇 개를 묶어 광역시·도에 예산을 내려보내 대학을 지원하되, 지역 산업 발전에 기여하도록 설계된 사업이다. 작년에 시작되어 5년 동안 진행될 개별 사업과 과제들에 필요한 예산이 각 대학에 배정되었는데, 1년 만에 개편되어 이름도 ‘앵커’ 사업으로 바뀌게 되었다. 일선 대학에서는 혼란스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번 사업 개편의 핵심은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바뀌는 것이라고 한다. 공급자는 연구 개발이나 인력 양성을 실행하는 대학이고, 수요자는 사업 열매의 수혜자인 지역과 기업이다. 경제학자인 필자의 입장에서 보면 ‘공급자 중심’, ‘수요자 중심’이라는 말 자체가 어색하다. 공급과 수요는 가위의 양날과 같아서 둘이 만나야 무슨 일이든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동안 교육부는 RISE가 ‘대학 지원 체계’임을 강조하며, 잘하는 대학을 더 지원하고 못하는 대학을 덜 지원하는 체계라고 해왔다. 그런데 앵커로 전환되면서 인재 양성 등으로 지역 성장에 기여가 큰 사업을 더 지원하고, 그렇지 못한 사업은 구조 조정하는 ‘사업 지원 체계’로 틀이 바뀌는 것으로 읽힌다.
이 사업의 본질은 원래부터 공급자인 대학이 수요처인 지역 산업에 기여하는 사업을 실행하도록 지원하는 체계다. 이를 통해 대학은 부실을 피하고 경쟁력을 향상시키며, 지역은 소멸을 피하고 성장하는 것이 목표다.
필자가 거주하는 전북 지역의 경우, 지역 발전과 관련된 가장 큰 현안은 현대차그룹의 새만금 투자다. 중앙정부와 전북도 모두 투자의 성공을 위한 지원책 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총리실을 중심으로 각 부처들이 움직이고 있고, 교육부도 앵커 사업이 사업 재편을 통해 여기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새만금 투자에 수반되는 인력을 대학들이 공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런데 이는 생각보다 간단치 않은 일이다. 앵커 사업의 경우 다년도 사업으로서 이미 진행되고 있는 과제들이 있는데, 중간에 중단시키고 이를 재원으로 새로운 과제를 만들어 내는 데에는 무리가 따른다. 새로운 재원이 필요한데, 이에 대한 대책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등 교육부가 내세웠던 사업들이 축소되는 판국이기 때문이다. 중앙부처들과 전북도가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정부의 지원 계획이 마련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가장 큰 이유는 현대차그룹이 데이터센터, 로봇, 수소, 에너지 등 분야에 투자하겠다는 큰 그림은 제시했지만, 아직 계획이 구체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력 양성을 생각해 보자. 언뜻 생각하면 투자가 계획되어 있는 분야들에 대한 포괄적인 인력 양성이 가능하다. 하지만 인구 감소라는 도전에 직면해 있는 지역 대학들에게는 여유가 없다. 취직이 연계되지 않으면 학생들을 유치하기 힘들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을 맞춤형으로 양성하고 싶지만, 아직 어떤 회사가 만들어지고 어떤 공장이 지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교육 과정을 만들기 어렵다. 지역 대학들은 특정 기업과 계약을 맺어 채용이 보장된 계약학과를 만들고 싶겠지만, 기업으로서는 채산이 맞지 않으면 응할 이유가 없다.
공급자 중심으로 운용되던 RISE 사업이 수요자를 고려하는 앵커 사업으로 전환되는 것은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지역 산업의 전환을 잘 뒷받침하는 사업으로 진화해 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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