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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 사설

‘현금성 공약’ 경쟁, 전북의 재정 체력은 안중에도 없나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입력 2026.04.26 11:54 수정 2026.04.26 11:54

6·3 지방선거를 불과 40일 앞둔 가운데 이른바 ‘돈 풀기 공약’이 난무하고 있다. 도지사 후보부터 시장·군수 예비후보들까지 너나 할 것 없이 1인당 10만 원에서 많게는 200만 원까지 지급하겠다는 파격적인 ‘민생지원금’이나 ‘기초소득’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경기 침체와 고물가에 신음하는 도민의 고통을 덜어주겠다는 명분은 그럴싸하다. 그러나 그 화려한 숫자의 이면에 도사린 전북의 참담한 재정 현실을 들여다보면, 이러한 약속들이 과연 책임 있는 정치인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것인지 깊은 우려를 금할 수 없다.

현재 전북특별자치도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23%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는 전국 최하위권이며, 스스로 벌어들인 수입으로는 공무원 인건비조차 충당하기 버거운 지자체가 수두룩하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천억 원, 많게는 조 단위의 재원이 소요되는 현금성 공약을 현실화하려면 결국 기존의 다른 사업을 포기하거나 막대한 빚을 내야 한다. 재원 마련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이나 예산 구조조정 계획은 보이지 않은 채, 일단 ‘지르고 보자’는 식의 공약은 전북의 재정 체력을 고갈시키는 독약이 될 뿐이다.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포퓰리즘은 유권자의 눈을 가리고 민주주의의 본질을 흐린다. 후보들이 내세우는 현금 살포는 당장 달콤한 사탕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그 대가는 고스란히 도민과 미래 세대가 짊어져야 할 빚으로 돌아온다. 선심성 예산으로 한 번 무너진 재정 건전성을 회복하는 데는 수십 년의 시간과 고통이 따른다.

특히 인구 소멸 위기에 직면한 전북에서 미래 세대에게 튼튼한 재정 기반 대신 막대한 채무를 물려주는 것은 지역의 미래를 저당 잡히는 무책임한 행태다. 정치는 오늘만 살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일의 희망을 설계하는 작업이어야 한다. 지금 전북에 필요한 것은 ‘일시적인 현금 주입’이 아니다. ‘지속 가능한 경제 엔진’의 가동이필요하다. 한정된 예산은 단발성 소비로 사라지는 현금 지원보다는, 청년들이 고향을 떠나지 않아도 되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교육·의료 등 필수 복지 인프라를 구축하는 ‘생산적 복지’에 투입되어야 한다.

새만금 이차전지 특화단지의 성공적 안착을 위한 기반 시설 투자나,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첨단 농업 기술 개발 등 전북의 미래 경쟁력을 높이는 곳에 재정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고기를 한 번 주는 것보다 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고 그 터전을 닦아주는 것이 진정으로 도민을 위하는 길이다. 후보들이 내미는 달콤한 ‘현금 봉투’ 공약 뒤에 숨겨진 재정 위기의 실체를 냉철하게 직시해야 한다. “이 돈이 어디서 나오는가?”, “이 돈을 주기 위해 무엇을 포기해야 하는가?”라고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

유권자의 냉정한 검증만이 정치인들의 무분별한 포퓰리즘 경쟁을 멈출 수 있는 유일한 브레이크다. 정책의 실현 가능성과 재정적 뒷받침이 없는 공약은 공약을 넘어 도민을 기만하는 행위임을 명확히 인지해야 한다.

전북특별자치도라는 새로운 간판을 단 이후 맞이하는 첫 지방선거다. 특별자치도의 위상에 걸맞은 품격 있는 정책 대결을 기대하는 도민들에게 실망을 안기지 마라. 당선만을 목적으로 한 무책임한 현금성 경쟁을 즉각 중단하고, 전북의 100년 대계를 위한 진정성 있는 미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도민은 무지하지 않다. 정책 하나하나에 담고 있는 가치의 무게를 보고 투표에 임할 것이기 때문이다. 6월 3일, 그 결정의 날이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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