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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독자기고

봄날에 전하는 진심의 온기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입력 2026.04.26 11:58 수정 2026.04.26 11:58

손주현 정읍경찰서 농소파출소장 경감

얼마 전 영화 ‘왕과 사는 남자’를 보고난 후 가슴에 묵직하게 와닿은 감정은 서슬퍼런 권력의 역사가 아니라 따스한 사람의 온기였다.
영화 속 ‘왕’ 은 높은 보좌 위에서 고립된 섬처럼 존재하는 어쩌면 가장 빈곤한 사람이었고, 그런 그에게 다가간 한 남자. 그는 묵묵히 곁을 지키며, ‘왕’ 이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숨쉴 수 있는 틈을 만들어줄 뿐이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 또한 각자의 성곽 안에 갇힌 ‘왕’ 일지도 모른다. 성취를 위해 달리고, 사회적 지위를 지키기 위해 애쓰지만 정작 하루를 마치고 돌아온 방 안에서 느끼는 공허함은 무엇으로도 채우기 어렵다. 흔히 우리는 누군가를 위로할 때 거창한 말이나 물질적인 도움을 떠올린다. 하지만 영화 속 남자가 왕에게 전하는 위로는 지극히 소박하다. 함께 길을 걷고, 투박한 농담을 건네며, 왕이 흘린 눈물을 모르는 척 닦아주는 식이다.
불현듯 내 모습을 투영해본다. 주변 사람들에게 마음을 전한다면서 오히려 그들을 간섭하려 들거나, 나의 잣대로 그들의 아픔을 재단하지는 않았는지. 영화는 진정한 곁을 내어준다는 것이 화려한 수식어가 아니라, 상대의 외로움을 가만히 응시해주는 시선 그 자체라는 것을 보여준다.
영화 후반부 왕과 남자가 나누는 교감은 스크린을 넘어 관객의 마음으로 스며든다. 권력의 껍데기를 벗어던지고 인간 대 인간으로 마주하는 순간, 그들의 공간은 더 이상 차가운 궁궐이 아닌 세상에서 가장 아늑한 보금자리가 된다.
잠깐 화두를 바꾸어보자. 필자가 근무하는 파출소에는 경찰관 외에 주간 시간대 치안지킴이 두 분과 아동이킴이 여섯 분 등 여덟 분이 함께 활동하고 있다. 앞에 두 분은 오전 3시간(또는 2시간), 뒤에 여섯 분은 오후 3시간(또는 2시간)을 관내 범죄발생 우려지역 순찰 및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근무하고 계신다. 모자와 조끼를 착용하고 도보로 지정된 관내 곳곳을 두루 살피며 주민안전을 위해 애쓰시는 모습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자신의 자리에서 맡은 소임을 다하는 것은 지역주민을 위한 봉사의 마음과 남다른 책임감임을 알기 때문이다.
각박한 세상 속에서 우리는 타인을 경쟁자로 인식하며 스스로를 고립시킨다. 하지만 사람은 사람 사이의 틈이 있어야만 비로소 온전해질 수 있다. 내가 누군가에게 기꺼이 ‘곁’이 되어줄 때 나 또한 누군가의 온기로 치유받을 수 있다는 평범하지만 위대한 진리를 영화는 일깨워준다. 아침에 출근하면 내 곁을 묵묵히 지켜주는 동료들과 지킴이 어르신분들께 진심이 담긴 짧은 인사를 건네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수고에 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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