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의 봄을 상징하는 제27회 전주국제영화제(JIFF)가 29일부터 열흘간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우리는 선을 넘는다’는 슬로건 아래 전 세계 54개국 237편의 독립·예술영화가 전주 전역을 스크린으로 물들일 예정이다. 전주국제영화제는 지난 20여 년간 지켜온 ‘대안과 독립’의 정신을 계승하면서도, 이제는 전주라는 지역적 틀을 깨고 대한민국 영상 산업의 중추적 거점으로 거듭나야 할 중대한 분기점에 서 있다.
그동안 영화제는 세계적인 독립영화의 산실로서 그 위상을 공고히 해왔다. 하지만 영화제가 단순히 매년 봄 열리는 ‘열흘간의 축제’에 물러서는 전북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이제는 영화제가 지닌 브랜드 가치를 전북의 영상 산업 전반을 견인하는 실질적인 ‘경제 엔진’으로 치환해야 할 때다. 영화제를 통해 발굴된 시나리오가 전주영화종합촬영소에서 제작되고, 도내 영상 전문가들의 손을 거쳐 세계 시장으로 뻗어 나가는 ‘영상 산업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완성해야 한다. 영화제가 끝난 뒤에도 전북에 영상 관련 기업과 인재들이 머물 수 있는 산업적 토양을 닦는 일, 그것이 특별자치도 시대를 맞이한 전북의 핵심 과제다.
축제의 성공을 위해 ‘가장 안전한 글로벌 축제’를 표방하며 세밀한 준비를 마친 전주시와 관계기관의 노력은 격려받아 마땅하다. 인파 밀집 지역의 안전 관리부터 쾌적한 관람 환경 조성까지, 손님 맞이 준비는 필수다. 또한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어 온 ‘스쳐 지나가는 관광’의 한계를 극복하는 일은 여전한 숙제다.
영화제를 찾은 수많은 관객이 단순히 영화 한 편만 보고 떠나는 것이 아니라, 전주의 맛과 멋을 충분히 즐기며 지역 내 소비로 이어질 수 있는 ‘체류형 관광 인프라’의 보강이 절실하다. 전주의 한옥마을과 익산의 백제 유산, 군산의 근대 거리를 잇는 영상 테마 관광 코스를 개발하고, 영화인들이 장기 체류하며 창작에 몰두할 수 있는 ‘워케이션(Workation)’ 인프라를 확충하는 등 보다 공격적인 마케팅이 병행되어야 한다.
특히 전북이 글로벌 영상 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장기적인 투자와 중앙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영상 산업은 고부가가치 미래 먹거리이자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의 보고다. 이번 영화제 조직의 안정화를 발판 삼아, 전북자치도는 영상 산업 특례를 적극 활용한 규제 혁파와 세제 혜택 등 파격적인 지원책을 내놓아야 한다. 영화제 예산의 안정적 확보는 물론, 가상 스튜디오와 AI 영상 편집 센터 등 첨단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어 전주를 ‘K-영상 메카’로 확실히 각인시켜야 한다.
영화제의 슬로건인 ‘선을 넘는다’는 표현처럼, 이제 전주국제영화제는 장르의 경계뿐만 아니라 산업의 경계까지 넘어서야 한다. 독립영화의 순수성을 지키되, 그것이 지역 경제의 활력이 되고 전북의 브랜드를 세계에 알리는 강력한 소프트파워가 되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2,000억 원이 넘는 경제적 파급 효과를 거둔 과거의 성과에 안주하지 말고,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걸맞은 영상 문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전주가 선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제27회 전주국제영화제의 대성공을 기원한다. 전주를 찾는 전 세계 영화인과 관객들이 전북의 따뜻한 정과 수준 높은 문화를 만끽하길 바란다. 이번 영화제가 전북이 단순히 영화만을 감상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영화가 만들어지고 산업이 숨 쉬는 ‘대한민국 영상 일번지’로 우뚝 서는 역사적인 전환점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도민의 관심과 참여가 가장 강력한 동력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