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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독자기고

심폐소생술, 소방관이 아닌 가족에게 가장 먼저 쓰는 기술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입력 2026.05.19 13:20 수정 2026.05.19 01:20

고선화 정읍소방서 대응예방과 소방교

우리는 흔히 심폐소생술을 TV 뉴스나 영화 속 한 장면, 혹은 길거리에서 쓰러진 낯선 행인을 돕는 ‘전문적인 기술’로 생각하곤 합니다.
나와는 조금 거리가 먼, 소방관이나 의료진의 영역이라고 여기는 것이죠. 하지만 통계가 말해주는 진실은 훨씬 더 가깝고 절실합니다.
질병관리청 통계에 따르면, 급성 심정지 사고가 발생하는 장소 1위는 다름 아닌 ‘가정’입니다. 전체 발생 건수의 절반 이상이 우리가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가정의 거실, 안방, 주방에서 일어납니다.
이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합니다. 내가 심폐소생술을 배워야 하는 첫 번째 이유는 이름 모를 타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늘 아침 함께 식사하고 인사를 나눈 내 부모님, 배우자, 그리고 내 아이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점입니다.골든타임 4분, 소방관은 결코 대신 살 수 없는 시간!
심정지 환자의 뇌 손상을 막고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골든타임은 단 4분에 불과합니다. 119 신고 접수 후 구급차가 아무리 신속하게 달려가더라도, 교통 상황과 물리적 거리를 고려하면 현장 도착까지 4분은 결코 넉넉한 시간이 아닙니다.
소방서의 골든타임은 사이렌을 울리며 시작되지만, 환자의 진짜 골든타임은 쓰러진 그 찰나에 시작됩니다. 그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현장에 있는‘가족’뿐입니다.
“내가 잘못하면 어쩌지?”라는 두려움을 넘어선 사랑!
교육 현장에서 만나는 많은 시민은“괜히 손을 댔다가 상황을 악화시킬까 봐 겁이 난다”고 말씀하십니다. 하지만 심정지 상태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잘못된 압박’이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입니다.
멈춘 심장을 대신해 손바닥으로 가슴을 누르는 행위는, 멈춰버린 생명의 시계태엽을 억지로라도 돌려주는 숭고한 행위입니다. 설령 그 손길이 서툴고 박자가 조금 어긋나더라도, 가족을 살리겠다는 간절함이 담긴 그 압박이 환자의 뇌로 혈액을 보내고 생명의 불꽃으로 이어갑니다.
심폐소생술은 기술이 아니라‘준비된 사랑’입니다.
이제 심폐소생술을‘언젠가 쓸지도 모르는 기술’로 치부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대신, 우리 가족을 위한‘필수 상비약’처럼 마음속에 저장해 두시길 권합니다.
소방서에서는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가슴 압박 소생술 교육을 상시 운영하고 있습니다. 복잡한 인공 호흡 없이도 오직 당신의 두 손만으로 가족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할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내 눈앞에서 쓰러졌을 때, 절망하며 울부짖는 대신 묵묵히 그 곁을 지키며 가슴을 눌러 줄 수 있는 힘. 그것은 거창한 용기가 아니라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겠다는 약속입니다.
오늘, 소방서의 문을 두드리거나 교육 영상을 찾아보는 작은 실천이 우리 집 거실을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응급실로 만드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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