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도 군산소방서 예방안전팀장 소방
소방서 스피커를 통해 “아파트 화재 출동”이라는 긴박한 지령이 울리면 소방대원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본능적으로 현장으로 향한다.
긴박한 무전 속에서 “상황 확인 결과, 음식물 탄화”라는 소식을 접할 때면 25년 차 소방관인 필자의 머릿속에는 안도감과 함께 복도를 가득 메운 매캐한 연기, 그리고 불안에 떨던 주민들의 눈빛이 떠오르곤 한다.
큰불로 번지지 않았다는 사실은 다행스럽지만, 한편으로는 ‘조금만 더 주의했더라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수많은 화재 현장을 경험하며 가장 안타까운 순간은 대형 재난을 마주할 때가 아니다. 오히려 우리 일상 속 사소한 ‘깜빡임’에서 시작된 사고를 볼 때다.
실제 통계도 이를 보여준다. 최근 2020~2025년 전북특별자치도에서 발생한 화재 가운데 약 50%가 ‘부주의’로 인해 발생했다.
특히 2025년 한 해 동안 발생한 2,027건의 화재 중 주거시설 화재가 433건으로 전체의 21.4%를 차지했다는 사실은 가장 안전해야 할 우리의 보금자리가 사소한 실수로 인해 언제든 위협받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피해 규모 또한 결코 가볍지 않다. 2025년 기준 전북 지역 화재로 인한 재산 피해액은 179억 6천만 원에 달한다. 단순히 냄비 하나를 태우는 작은 실수가 막대한 소방력 낭비를 초래할 뿐 아니라, 수많은 이웃의 평온한 일상을 무너뜨리는 공동체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아파트는 벽과 배관을 공유하며 함께 살아가는 하나의 공동체다. 화재 경보가 울릴 때마다 실제 화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현장을 뛰어다니는 관리사무소 직원들의 노고와 긴급 출동에 나서는 소방관들의 긴박함을 기억해야 한다.
특히 음식물 탄화는 단순히 냄비를 태우는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는다. 부주의로 인한 아파트 화재와 막대한 재산 피해를 유발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한 반복되는 오작동과 잦은 비화재보는 화재 경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양치기 소년 효과’를 초래해 실제 화재 발생 시 주민들의 신속한 대피를 어렵게 만들고, 결국 이웃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몇 가지 당부를 전하고자 한다.
첫째, 음식물을 조리하는 동안에는 절대 주방을 비우지 않아야 한다. 잠깐의 통화나 TV 시청이 화재를 부르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둘째, ‘가스 타이머 콕’과 같은 자동 차단 장치를 적극 설치해야 한다. 이러한 장치는 우리의 순간적인 부주의를 막아주는 가장 실질적인 안전장치가 될 수 있다.
셋째, 관리사무소의 안전 안내와 예방 방송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엘리베이터에 게시된 안전 전단지는 단순한 공지가 아니라 우리 가족과 이웃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가장 목소리이다.
기본적인 안전 수칙을 지키는 일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사이렌 소리 대신 가족의 웃음소리가 흐르는 평범하고 따뜻한 저녁 식탁을 지켜내는 일이다.
오늘 저녁만큼은 우리 집 주방의 안전을 다시 한번 점검해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