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 민선 8기가 종료되고 내일부터 이원택 도지사 체제의 민선 9기 전북특별자치도가 첫발을 내딛는다. 지난 6월 3일 지방선거에서 확인된 도민의 선택에 따라 향후 4년의 도정이 새롭게 시작된다. 도민들은 낙후의 굴레를 벗겨내고 전북의 비약적인 도약을 끌어내길 기대하며 새 도정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설렘과 기대로 가득한 것은 아니다. 전북을 둘러싼 거시적 대외 환경과 지역 소멸의 위기 징후가 그 어느 때보다 엄혹하고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북의 가장 큰 위협은 이웃 광역 지자체들의 거대한 메가시티 공세와 그로 인한 ‘전북 패싱’의 심화다. 특히 광주와 전남이 통합하면서 ‘거대 호남권 중심 축’을 선점하면서 심각한 실존적 위기를 던지고 있다. 정부와 대기업의 대규모 투자 계획이나 국가 예산 배정 과정에서 광주·전남 중심의 메가시티 논리에 밀려 전북이 또다시 들러리를 서거나 철저히 배제되는 구도가 고착화될 우려가 크다.
실제로 최근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 논의나 주요 국책 첨단산업 단지 지정 과정에서 전북의 목소리가 얼마나 무기력하게 묻혔는지를 우리는 똑똑히 목도했다.
이름만 호남권일 뿐, 속내를 들여다보면 전북은 지우고 광주·전남만의 이익을 대변하는 ‘호남 안의 소외’가 반복되는 것이다. 이러한 고립무원의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민선 9기 이원택 도정이 취임 첫날부터 광주·전남의 거대 지자체 틈바구니 속에서 독자적인 생존권을 확보하고, 국가 예산과 국책 사업에서 실질적인 ‘전북 몫’을 당당히 챙겨오는 일이 우선이다.
전북은 전북만의 독창적인 자산과 경쟁력을 극대화해야 한다. 광활한 새만금 부지를 활용한 첨단 친환경 에너지 신산업 유치, 글로벌 농생명 산업 수도로서의 입지 다지기, 전북형 탄소·수소 산업 벨트 고도화 등 타 시·도가 모방할 수 없는 전북만의 킬러 콘텐츠를 앞세워 중앙정부의 지원을 끌어내야 한다.
독자적인 생존 논리와 정당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정부의 예산 삭감 칼바람 속에서 전북의 자리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역 정치권의 초당적 공조와 강력한 원팀 정신이 필수적이다. 지난 지방선거 과정에서 빚어진 크고 작은 정치적 앙금과 계파 간 갈등은 오늘로 모두 털어내야 한다. 다가오는 8월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지역 정치권이 또다시 중앙정치의 대리전장으로 전락해 줄서기 경쟁이나 구태의연한 정쟁에 몰두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170만 도민의 몫으로 돌아올 것이다.
이원택 지사는 도민의 뜻을 받들어,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의원과 시·군 단체장들을 한데 묶어내는 ‘통합과 포용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전북의 실익을 챙기는 일에는 여야가 따로 없고, 중앙과 지방이 따로 있을 수 없다.
전북 정치권 전체가 오직 ‘도민의 먹고사는 문제’와 ‘지역의 생존’만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똘똘 뭉쳐 정부를 상대로 강력한 협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정부의 긴축 재정 기조로 인해 내년도 국가 예산 확보에 빨간불이 켜졌고, 인구 감소로 인한 지방 소멸의 시계는 빠르게 돌고 있다. 이원택 도정은 출범 첫날부터 신발 끈을 동여매고 중앙부처와 국회, 대기업을 종횡무진 누비며 실리를 챙기는 실용주의 행정으로 무장해야 한다. 당당한 전북, 홀로서기를 넘어 대한민국의 중심축으로 도약하는 전북을 만드는 것은 민선 9기 도정의 역사적 책무다. 이원택 도지사와 전북 정치권이 도민의 열망을 깊이 새겨, 전북의 자존심을 바로 세우고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강인한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