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특별자치도의회가 지역 필수의료와 지방소멸, 공공기관 이전 등 전북의 핵심 현안을 놓고 전북도와 정부를 향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도의원들은 30일 열린 제430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5분 자유발언과 건의안, 결의안 등을 통해 모자응급의료체계 안정화와 농촌유학 지원 확대, 농생명 공공기관 전북 이전, 익산 제2혁신도시 조성, 국립의학전문대학원 남원 설립을 잇달아 촉구했다.
김대중 의원은 전북 모자응급의료체계가 신생아집중치료실 의료진 부족과 과중한 업무, 인력 이탈로 붕괴 위기에 놓였다며 전북도의 적극적인 재정 투입을 요구했다.
김 의원은 권역모자의료센터 의료진 사직 이후 위중한 산모와 신생아가 지역센터로 몰리면서 의료진 부담이 가중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북도가 추가경정예산안에 권역센터 전문의 수당 지원만 반영한 것은 지역 신생아집중치료실 전체의 위기를 외면한 땜질식 처방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지역 신생아집중치료실 운영비와 적자 보전, 전담 전문의 인건비 지원, 기존 의료진 처우 개선 등 추가 이탈을 막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승필 의원은 농촌유학이 작은학교를 살리고 가족 단위 인구 유입을 이끄는 지방소멸 대응 정책임에도 가족체류형 거주시설 지원은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전북 농촌유학생 333명 가운데 97명이 순창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상당수가 지역 정착을 선택하거나 계획하고 있지만 전북도는 거주시설 조성사업의 도비 지원 비율을 기존 50%에서 30%로 줄인 상태다.
장 의원은 학생 유치만 강조하면서 정작 가족이 머물 주거시설 부담을 시군에 떠넘기고 있다며 도비 지원 비율을 최소 50% 이상으로 높이고 전북도와 도교육청이 공동 재정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제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둘러싼 전북의 선제 대응 주문도 이어졌다.
권요안 의원은 농협중앙회와 한국마사회를 비롯해 농업정책보험금융원, 식품안전정보원, 한식진흥원 등 농생명 분야 핵심 공공기관을 전북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건의안을 대표 발의했다.
권 의원은 전북에 농촌진흥청과 농업 분야 국립과학원, 한국식품연구원, 국가식품클러스터 등 국내 최대 규모의 농생명 연구·산업 기반이 집적돼 있는 만큼 공공기관 이전을 통해 국가 농생명 혁신체계를 완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농협중앙회 이전은 농생명 연구성과를 생산과 유통 현장에 연결하고 국민연금 금융 기반과 연계한 농업금융 허브 구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마사회 역시 전북의 말산업 인프라와 결합하면 생산과 승마, 관광을 아우르는 전주기 산업 기반을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조은희 의원은 이원택 도지사가 후보 시절 약속한 익산 제2혁신도시 조성 공약이 민선 9기 출범 이후 ‘공공기관 이전 추진’으로 축소·변경됐다며 공약 이행 의지를 분명히 하라고 촉구했다.
조 의원은 익산 제2혁신도시라는 명칭이 사라지고 사업 대상도 전북 전역으로 확대되면서 익산 시민들이 공약 변경을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익산은 철도교통망과 농생명·식품산업 기반, 국가식품클러스터 등 공공기관 이전에 필요한 여건을 갖춘 만큼 제2혁신도시 조성을 도정 핵심 공약으로 다시 선언하고 연도별·단계별 추진계획을 제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지역 공공의료 확충을 위한 국립의학전문대학원 남원 설립 문제도 본회의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도의회는 윤지홍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립의학전문대학원 남원 설립 및 국립중앙의료원 연계 강화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윤 의원은 보건복지부가 국립의전원을 수도권과 지방으로 나눠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공공·필수의료 인력의 지역 정착과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설립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남원시와 전북도가 예정부지 절반 이상을 확보하고 관련 행정절차를 진행해 온 만큼 수도권 이원화 검토를 중단하고 남원 단일 통합 설립을 확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도의회는 국립의전원과 남원의료원, 국립중앙의료원을 연계한 교육·수련체계를 구축하고 2030년 개교를 위한 입법과 예산, 행정 지원을 서둘러야 한다고 정부와 국회에 촉구했다.
노동복지 기반과 청년 정착 여건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박병철 의원은 전북의 노동조합 조직률이 전국 평균에 미치지 못하고, 특히 3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이 노동권 보호와 복지 혜택에서 소외돼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전북에 제대로 된 근로자종합복지관조차 없는 현실을 비판하며 공동근로복지기금 확대와 노사민정협의회 활성화를 촉구했다.
전주시가 도내 최초로 공동근로복지기금을 조성한 만큼 전북도가 중심이 돼 시군별 기금 조성을 지원하고, 아직 관련 조례가 없는 시군에는 노사민정협의회 구성과 운영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 의원은 새만금 산업용지와 용수, 재생에너지에 더해 노동자가 일하기 좋은 환경과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갖춰야 기업과 청년이 전북에 머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도내 혼인율 감소에 대응한 청년 결혼 지원정책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명연 의원은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전국 혼인 건수가 전년보다 6.8% 증가한 반면 전북은 6.2% 감소해 전국 최고 수준의 감소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결혼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지만 전북도의 저출생 대응 예산은 출산과 양육에 집중돼 있고, 청년들의 결혼 진입을 지원하는 예산은 사실상 전무하다고 비판했다.
도내 공공예식장 14곳 가운데 일부 시설은 최근 3년 동안 이용 실적이 없고, 결혼축하금을 지급하는 시군도 분할 지급 방식이 많아 초기 예식비용을 충당하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계약금과 대관료에 사용할 수 있는 선지급 결혼 바우처와 전북형 공공 웨딩 플랫폼, 신혼부부 공공임대주택 우선 공급과 대출이자 지원을 연계한 결혼·주거 지원체계 마련을 제안했다.
학교 현장에서는 교원의 법적·업무적 부담으로 숙박형 현장체험학습이 줄고 있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장연국 의원은 전북지역 각급 학교의 숙박형 현장체험학습 실시율이 2023년 82.4%에서 올해 62.2%로 낮아졌으며, 초등학교의 실시율은 42.8%에 그쳤다고 밝혔다.
학교가 현장체험학습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 발생 시 인솔교사가 수사와 재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부담 때문에 숙박형 일정을 기피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장 의원은 학교안전 관련 법률 개정 이후에도 실시율이 계속 감소하고 있으며, 외부안전요원의 자격과 안전교육 이수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사례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외부안전요원 자격과 증빙서류 전수점검, 검증된 안전요원 지원체계 구축, 현장체험학습 전담기구 설치, 교원의 법적·업무 부담 경감을 위한 종합대책 마련을 도교육청에 요구했다.
청소년 문화예술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박정규 의원은 전북도가 수립한 올해 청소년정책 시행계획에 문화예술정책 주무부서의 청소년 문화예술 지원사업이 단 한 건도 없다고 지적했다.
도내 관련 사업도 7개에 불과한 데다 중·고등학생을 위한 사업이 부족하고, 강좌 중심의 수동적 교육이나 단발성 행사에 그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청소년 어울림마당 사업 예산은 2023년 1억80만원에서 지난해부터 7200만원으로 줄었으며 일부 시군은 사업에 참여하지 않아 지역 간 문화격차가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지난해 청소년 문화예술 활동 지원 조례가 제정된 만큼 청소년이 직접 기획하고 참여할 수 있는 지속적이고 주체적인 문화예술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발언은 분야는 달랐지만 전북도와 정부가 선언적 구호를 넘어 재정 투입과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내놓아야 한다는 데 공통적으로 초점이 맞춰졌다. 민선 9기 초반 지역 현안에 대한 도정의 대응력과 정부 설득 전략이 향후 도의회의 주요 감시 대상이 될 전망이다./송효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