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을 내어 준 사람 - 신은주
폭염주의보 내린 날
한낮의 열기에 지쳐
잠시 눈을 붙였더니
오후가 꿈결처럼 흘러갔습니다
밭에서 돌아온 그이의 손에
푸른 상추와 붉은 토마토
한낮의 햇살까지 묻어왔습니다
싱그러운 여름이 한 접시 반찬이 되고
햇살 머금은 밭의 결실은
그이의 손길을 따라
소박한 저녁상에 온기를 더합니다
그이의 땀이 밴 저녁상 앞에
마주 앉은 마음도 넉넉해지고
오늘 하루가 새삼 고마워집니다
어둠이 내려앉으면
그이와 나란히 길을 나섭니다
별빛 하나둘 헤아리는 사이
낮 동안 못다 한 이야기가
밤길 위에 조용히 피어납니다
□ 정성수의 시 감상 □
시「그늘을 내어 준 사람」은 불볕더위가 이어지는 한여름의 일상을 배경으로 하여, 곁에 있는 사람의 사랑과 수고가 얼마나 편한 그늘이 되어 주는지를 잔잔하게 보여주고 있다. 거창한 사랑의 언어를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상추와 토마토, 저녁상, 별빛과 밤길이라는 소박한 소재를 통해 부부의 정과 고마움을 깊이 있게 담아냈다.
특히“밭에서 돌아 온 그이의 손에 / 푸른 상추와 붉은 토마토 / 한낮의 햇살까지 묻어왔습니다”라는 표현이 인상적이다. 밭에서 흘린 땀과 햇살이 싱싱한 채소와 함께 식탁으로 옮겨오는 모습에서 노동의 가치와 가족을 향한 사랑이 깊게 느껴진다.“싱그러운 여름이 한 접시 반찬이 되고”라는 구절 역시 계절의 풍경을 음식으로 형상화하여 소박한 저녁상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이 시의 아름다움은 사랑을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함께 밥을 먹고, 하루를 돌아보고, 밤길을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평범한 일상에서 발견한다는 데 있다. 마지막의 “별빛 하나둘 헤아리는 사이 / 낮 동안 못다 한 이야기가 / 밤길 위에 조용히 피어납니다”는 부부의 삶에 쌓인 정과 시간을 꽃처럼 표현하여 깊은 여운을 남긴다.
‘그늘’은 단순히 뜨거운 햇볕을 피하는 공간이 아니라, 지친 삶을 쉬게 하고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사랑의 자리이다. 결국, 시는 서로에게 그늘이 되어 주며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동행임을 일깨워준다. 소박하지만 진솔하고, 평범하지만 오래 마음에 남는 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