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특별자치도의 인구 174만 명 선이 무너졌다. 경제 체계와 지역 공동체 유지를 지탱하던 마지막 심리적 마지노선이 결국 무너진 것과 같다. 최근 주민등록 인구 행정 통계에 따르면, 도내 인구는 173만 명대로 주저앉았다. 인구 감소의 시계는 오히려 더 가파르게 돌아가고 있다. 호남의 중심이자 풍요의 고장이라는 과거의 명성은 빛바랜 지 오래고, 이제는 지역의 존립 자체와 공동체 해체를 걱정해야 하는 냉혹한 생존의 현실 앞에 직면해 있다.
이번 통계에서 가장 뼈아픈 대목은 20대와 30대 청년층의 지속적인 수도권 유출이라는 사실이다. 생산가능인구의 이탈이 전체 인구 감소분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지역의 청년들이 전북을 생존과 미래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떠나야만 하는 곳’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열심히 일해도 미래를 기약하기 힘든 전북 특유의 저임금 구조와 청년들이 선호하는 IT, 문화, 첨단 산업 분야의 일자리 부족이 결국 이들을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으로 내모는 결정적 유인이 되고 있다.
그동안 전북자치도와 도내 14개 시·군이 쏟아낸 인구 정책들은 대부분 근본적 처방과는 거리가 먼 미봉책에 가까웠다. 출산 장려금 지급이나 일시적인 청년 정착 수당 등 현금성 지원에만 과도하게 치중한 정책들은 예산 소요 대비 단기적인 착시 효과만 냈을 뿐, 거대한 인구 유출의 흐름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지원금을 받으며 지역에 버티던 청년들조차 결혼과 출산, 자녀 보육이라는 현실적인 장벽에 부딪히면 결국 교육 여건과 양질의 의료 인프라가 완전히 갖춰진 수도권으로 다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일자리와 주거, 교육과 의료가 촘촘하게 결합된 종합적인 정주 생태계 조성 없이 추진되는 단편적인 행정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다름없다.
나아가 도내 시·군 간의 심각한 인구 양극화 현상 역시 전북 전체의 균형 발전을 가로막는 거대한 암초다. 전주와 군산, 익산 등 일부 도시 지역으로 인구와 인프라가 집중되는 반면, 동부산악권을 비롯한 농어촌 시·군은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해 자생력을 완전히 상실해가고 있다. 도내 내부에서의 인구 이동은 결국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 식의 소모적인 경쟁일 뿐, 전북체 전체의 파이를 키우거나 수도권 유출을 막는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
이제는 광역 지자체 차원에서 도시와 농촌을 유기적으로 연계하고, 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거점 생태계를 구축하는 고도화된 공간 전략이 뒷받침되어야 할 때다.
지금 필요한 것은 대기업 유치라는 외형적 실적과 유치 기업 수의 숫자 늘리기에만 급급할 게 아니라, 유치된 기업들이 도내 청년들에게 정당한 노동 가치를 보상하고 장기 근속을 유도할 수 있도록 고용의 질을 철저히 관리하는 질적 행정력이 요구된다. 전북자치도가 민선 9기 핵심 성장동력으로 삼고 추진 중인 피지컬 AI, 반도체 소부장, 바이오 등의 신산업 육성이 청년들이 매력을 느끼고 정착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고용 생태계로 확실하게 안착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자리 중심의 산업 정책과 인구 정책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야 비로소 실효성을 거둘 수 있다.
174만 명 붕괴라는 경고등은 전북의 행정 체계 전체가 비상 국면에 돌입해야 한다는 신호탄이다. 정주 인구를 무조건 늘리겠다는 구시대적 발상에서 벗어나 출퇴근이나 관광, 휴양 등으로 지역에 머무는 ‘생활 인구’를 과감히 확대하고, 청년들이 일터와 삶터로서 전북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정주 여건을 만드는 실질적인 대전환의 실행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행정의 모든 역량을 도민의 실질적인 삶의 질 향상과 지속 가능한 생태계 구축에 집중해야 전북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