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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심의 증가율 전국 1위 전북, 징벌 중심 교육 행정의 한계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입력 2026.10.21 12:54 수정 2026.10.21 12:54

전북특별자치도 공교육 현장의 갈등 조정 능력과 자정 작용이 한계에 직면했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 제출 자료에 따르면, 전북 지역의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심의 건수 증가율은 무려 42.1%를 기록하며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가파른 상승 폭을 보였다. 전국적으로 학교폭력 사안 접수가 완만한 감소세를 보이거나 정체된 흐름과 다른 현상이다. 전북 교육 현장만 유독 사법적 공방의 중심지인 심의위로 치닫는 경향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셈이다.
화려한 교육 정책 홍보 이면에 가려진 도내 일선 학교의 교실 붕괴와 공동체성 해체 현상이 고스란히 데이터로 증명됐다. 이러한 데이터는 단순히 폭력 자체의 양적 증가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본질적인 문제는 학교 내부의 갈등 조정 능력이다. 자율적으로 조정하고 치유하는 교육적 완충 기능이 사실상 마비되었음을 의미한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학교폭력 사안 발생 시 10건 중 7건에 달하던 학교장 자체 해결 비율은 최근 절반 수준으로 급락했다. 이는 경미한 다툼이나 오해조차 교육적인 대화와 중재를 통해 화해로 이끌지 못하고, 곧바로 교육지원청의 법적 심의 절차로 직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학교가 갈등 해결의 주체가 아닌 단순한 사안 전달 기구로 전락한 것이다.
이처럼 심의 건수가 폭증하게 된 배경에는 교육 당국의 기계적이고 징벌 중심적인 행정 처리가 자리 잡고 있다. 교육 현장 전반이 사법화되면서 교사들은 학부모 간의 법적 분쟁이나 책임 소재 공방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교육적 개입을 피하고 행정적 절차 완수에만 매몰되는 경향이 짙어졌다. 사소한 언쟁마저 서류 양식에 갇히고, 가해와 피해의 이분법적 잣대만으로 재단되다 보니 학생 간의 진정 어린 사과나 관계 복원의 기회는 원천 차단된다.
결국 처벌 수위에만 집착하는 법적 공방 속에서 아이들이 배워야 할 소통과 상생의 가치는 사라지고, 오직 갈등의 심화와 정서적 상처만 고착화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학교폭력의 사법화와 심의위 의존증은 고스란히 교육 행정의 마비와 또 다른 교육 격차로 이어진다. 교육지원청 소속 전문 인력들이 폭증하는 학폭 심의 서류 더미와 민원 처리에 시달리면서, 정작 예방 교육이나 위기 학생 상담 등 예방적 차원의 고유 업무는 후순위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법적 대응 능력을 갖춘 수도권이나 대도시 지역과 달리, 농어촌 비중이 높은 전북의 특성상 촘촘한 전문 상담 인프라의 질적 확충 없이는 취약계층 학생들이 갈등의 사각지대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불평등이 야기된다.
이는 징벌과 격리 위주의 단편적인 행정 처리가 학폭 발생의 근본 원인을 전혀 해소하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국감장에서 확인된 학폭 심의 증가율 전국 1위라는 불명예는 전북 교육 행정의 현실을 꼬집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학교 문을 나선 아이들이 법적 공방에 매몰되기 전에 학교 안에서 갈등을 스스로 봉합하고 치유할 수 있는 회복적 생활교육 시스템의 정립이 요구된다. 단순한 처벌 숫자 줄이기식 성과주의에서 벗어나 일선 교사들의 중재 권한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전문 상담 인프라를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 교육의 본질은 처벌이 아닌 교정이며, 무너진 교실의 공동체성을 회복하는 내실 있는 대전환이 실행되어야 전북 교육의 미래와 아이들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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