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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입력 2026.10.26 14:11 수정 2026.10.26 02:11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전북 선거사범 재판 지연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사법 정의의 실종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쏟아졌다. 국회 법사위의 전주지방법원과 전주지방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전북 지역 공직선거법 위반 사범들에 대한 수사와 재판 지연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됐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270조는 선거범의 재판을 다른 재판에 우선하여 신속히 해야 하며, 1심은 공소가 제기된 날부터 6개월 이내에 반드시 선고하도록 강행규정으로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전북 사법부의 미온적인 태도와 피고인들의 고의적인 시간 끌기 전략이 맞물리면서 이 같은 법적 원칙은 철저히 무력화되고 있다.
이는 지역 정가의 도덕적 해이를 고착화하는 주범이 될 수 있다. 당선무효형 기준을 웃도는 형량을 선고받은 도내 일부 지자체장들과 지방의원들의 상소심 및 최종 대법원 선고가 사법부의 판단 유예 속에 하염없이 늘어지는 병폐가 되풀이되고 있다. 재판이 1년에서 2년 이상 장기화되면서 피고인들이 단체장 직위를 유지한 채 임기를 사실상 거의 다 채우는 해괴한 모순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재판 도중 호화 변호인단을 선임해 무분별한 증인을 신청하거나 기일 변경을 요청하는 등 법의 맹점을 악용한 꼼수 소송 행태에 법원이 지나치게 관대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이는 법적 단죄의 실효성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선거 부정행위를 저지르고도 자리만 지키면 그만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어 공명선거의 근간을 뿌리째 흔드는 처사다.
더 큰 문제는 사법 정의의 지연이 도민들의 경제적·행정적 피해로 돌아온다는 사실이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는 자치단체장이 이끄는 지자체는 국가 예산 확보나 대규모 장기 거점 사업 추진 등 굵직한 행정 결정을 앞두고 극심한 동력 저하를 겪을 수밖에 없다.
단체장의 눈치 보기에 급급한 공직 사회 내부의 기강 해이와 복지부동 행정은 물론이고, 최종 직위상실형이 확정될 경우 치러야 하는 재보궐선거 비용 수십 억 원 역시 고스란히 도민의 혈세로 충당해야 한다. 선거 무효로 인한 행정 공백의 대가와 소모적인 재정 낭비를 고스란히 도민에게 전가하는 사법부의 안일한 재판 관리는 지탄받아 마땅하다.
결국 작금의 사법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선거사범 재판에 대한 법원의 엄격한 법 집행과 집중심리제 강행이 요구된다. 피고인 측의 고의적인 시간 끌기 꼼수 전략에 재판부가 무력하게 끌려다니는 구태에서 벗어나, 1심 6개월, 2·3심 각 3개월이라는 ‘6·3·3 원칙’의 사법적 구속력을 전면 회복해야 한다. 법이 정한 시한 내에 확정판결을 내리는 기본적인 책무를 다해야 사법적 권위와 신뢰가 바로 설 수 있다. 검찰 역시 철저한 증거 확보와 정교한 공소 유지체계를 재정비하여 재판 장기화의 빌미를 주지 않는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유기적인 사법 정의가 실현될 수 있다.
전북 선거사범 재판 지연은 법치주의의 공백, 틈새를 보여준다. 사법 정의가 권력이나 정치적 이해관계, 혹은 피고인의 소송 기술에 밀려 제 속도를 내지 못한다면 지역 사회의 민심 분열과 행정 불신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전북 사법 당국은 지연된 재판이 지역 발전과 지방 자치의 건강성을 해치는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음을 엄중히 인식하고, 공정하고 신속한 판결을 통해 무너진 사법 정의의 신뢰를 즉각 회복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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