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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억 국화축제의 화려한 무대, 지역 예술인 ‘열정페이’의 민낯을 직시하라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입력 2026.10.27 10:18 수정 2026.10.27 10:18

가을철을 맞아 전북특별자치도 전역이 지역 축제의 열기로 뜨겁다. 각 자치단체는 지역 경제 활성화와 관광객 유치를 내세우며 수억에서 수십억 원의 혈세를 투입해 화려한 무대를 꾸미고 있다. 특히 익산시의 대표 가을 축제인 ‘익산 천만송이 국화축제’는 매년 수십만 명의 관람객을 끌어모으며 지역의 효자 축제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수십억 원의 경제적 파급효과와 수십만 명의 방문객 수, 축제 성공을 자축한다. 그러나 그 무대 뒤편에는 축제를 빛낸 지역 예술인들의 열정이 있다.
익산 천만송이 국화축제 예산은 무려 14억 원에 달한다. 행사장 조성과 외형적 규모를 키우는 데는 아낌없이 돈이 쓰였다. 하지만 무대를 꾸몄던 지역 음악인과 예술인들에게 지급된 보상은 팀당 단 30만 원에 불과했다. 인건비와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한 최근의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이는 3년 전 수준의 금액이다. 예술인 한 개인의 노동 가치를 법정 최저임금 수준으로도 환산하지 않은, 그야말로 '지역 예술'이라는 명목하에 자행된 구조적 '열정페이'인 셈이다.
물론 익산문화관광재단과 익산시는 나름의 항변을 쏟아낼 수 있다. 한정된 예산 안에서 더 많은 지역 예술인에게 무대에 설 기회를 균등하게 배분하려다 보니 개별 지급액이 적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공공기관 특유의 현실적 한계를 내세울지도 모른다.
무대의 기회 자체가 예술인들에게는 소중한 자산이 아니냐는 해묵은 논리를 펼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지극히 행정 편의주의적인 발상이다. 지자체와 산하기관이 앞장서서 문화예술의 가치를 정당하게 평가하고 그에 걸맞은 대가를 지급해야 함에도, 오히려 '기회 제공'이라는 시혜적 태도로 예술인들의 정당한 노동 가치를 퇴색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축제의 '경제적 성과'고 모순이다. 익산시는 축제를 찾은 수많은 인파가 지역 상권을 살렸고, 수억 원의 매출이 발생했다며 행정의 치적을 알리는 데 여념이 없다. 그렇다면 그 막대한 경제적 효과와 부가가치는 도대체 누구의 희생 위에서 만들어진 것인지 되돌아봐야 한다. 화려하게 피어난 국화꽃을 보기 위해 찾아온 관광객들을 머무르게 하고, 축제장에 활력을 불어넣은 것은, 다름 아닌 지역 예술인들의 격조 높은 공연이었다. 정작 축제의 핵심 콘텐츠를 제공한 이들에게는 단돈 수십만 원의 열정페이를 쥐여주면서, 지자체는 수십억 원의 성과를 냈다고 자화찬하고 있다.
이는 비단 익산 천만송이 국화축제의 문제만은 아니다. 전북 지역 14개 시군의 축제 대부분이 유사한 구조적 모순을 안고 있다. 외형을 꾸미는 무대 장치, 화려한 불꽃놀이, 스타급 초청 가수를 섭외하는 데는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을 아낌없이 쏟아붓는다. 반면, 지역의 문화적 토양을 지키고 가꾸어 온 지역 예술인들을 대우하는 데는 인색하다. 예산 절감의 칼날은 언제나 힘없는 지역 청년 예술인과 소규모 예술 단체의 출연료를 향한다.
이제는 지자체 축제 행정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축제 예산 집행 지침을 전면 개정해야 한다. 전체 축제 예산 중 일정 비율 이상을 반드시 지역 예술인들의 정당한 인건비와 출연료로 책정하도록 제도로 묶어야 한다. 또한, 문화체육관광부가 권장하는 ‘문화예술인 표준계약서’ 체결을 모든 지자체 공공 축제에 의무화하고, 숙련도와 참여 인원에 맞는 최소한의 ‘출연료 하한선 보장제’를 전북특별자치도 차원에서 구축해야 한다.
지역 예술인이 정당한 대접을 받지 못하고 떠나가는 지역에는 문화적 미래가 없다. 익산시와 전북의 모든 자치단체는 축제의 그늘진 곳에서 신음하는 지역 예술인들의 눈물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실효성 있는 상생 대책을 내놓아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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