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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경찰제, 커지는 권한 만큼 부작용도 우려

염형섭 기자 입력 2019.01.01 18:41 수정 2019.01.01 06:41

문재인 대통령 공약사항인 자치경찰제 도입이 본격화 된다. 올 하반기부터 서울, 제주, 세종 등 5개 지역에서 시범운영을 거친 뒤 2022년 전면 시행된다. 자치경찰제가 도입되면 지역 특성에 적합한 경찰활동이 가능하고, 소속 지역에 대한 귀속감이 높아 경찰관의 친절봉사도를 제고시킬 수 있다. 또 국가의 재정 부담이 경감된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시·도지사의 권한도 커지는 만큼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자치경찰제의 허와 실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 자치경찰제란?
지방분권의 이념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에 경찰권을 부여하고, 경찰의 설치·유지·운영에 관한 책임을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하는 제도를 말한다.
국가 전체를 관할하는 국가경찰(중앙경찰)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국가 전체가 아닌 국가 내의 일부지역에 소속돼 그 지역과 지역주민의 치안과 복리를 위해 활동하는 경찰을 의미한다. 자치경찰은 생활안전, 지역교통, 지역경비 임무를 갖고 방범순찰, 사회적 약자보호, 기초질서 위반 단속, 교통관리, 지역행사 경비 등 지역주민을 위한 치안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자치경찰은 경찰력의 운영상황과 각종 관련 통계를 국가경찰과 상호 공유하는 한편, 전시ㆍ사변 등 국가 비상사태나 테러, 대규모 소요사태 시 경찰청장의 지휘를 받게 된다.
자치경찰제는 지역특성에 적합한 경찰활동이 가능하고, 소속 지역에 대한 귀속감이 높아 경찰관의 친절봉사도를 제고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국가의 재정부담이 경감된다는 장점도 있다. 한편, 자치경찰제는 현재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에서 실시되고 있다.
그러나 자치경찰이 정당 소속 지자체장의 통제를 받게 됨에 따라 지방의원들의 선거 목적에 이용되는 등 공정성 저해가 우려되고, 국가목적적 치안활동을 위한 조정통제가 곤란하다는 점이 있다. 또 자치단체의 재정부담 증가, 자치단체별 빈부격차에 따른 치안 서비스 차이 등의 단점이 있다.

ⓒ 전라매일·제이엠포커스
도내 자치경찰제 우려의 목소리 높아
자치경찰제가 올 하반기부터 서울, 제주, 세종 등 5개 지역에서 시범운영을 거친 뒤 2022년 전면 시행되면 시·도지사의 권한도 커지는 만큼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자치경찰제는 경찰공무원의 생활안전, 교통, 지역범죄 등 주민 밀착 서비스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국가가 아닌 자치단체장에게 부여하는 제도다.

권한 막강한 ‘제왕적 시·도지사’ 탄생
문제는 시·도지사의 권한이 커짐에 따라 벌어질 수 있는 상황들이다. 지금도 권한이 막강한데 자치경찰권까지 쥐어주면 ‘제왕적 시·도지사’가 탄생할 수 있다.
자치분권위원회 자치경찰제 특별위원회(자치경찰특위)가 공개한 자치경찰제 도입 초안에 따르면 2022년까지 지역경찰, 교통 등 전체 국가경찰(11만7617명)의 36%인 4만3000명이 자치경찰로 이관된다.
주민밀착 치안활동을 위해 현재 국가경찰 소속의 지구대와 파출소도 사무배분에 따라 자치경찰로 이관된다.
자치경찰은 생활안전, 여성청소년, 교통, 지역경비 등 주민밀착 민생치안활동과 이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성폭력, 학교·가정폭력, 교통사고, 음주운전, 공무수행 방해 등 수사를 담당한다.
특히 각 시·도에 자치경찰본부와 시·군·구에 자치경찰대가 신설되는데 자치경찰본부장과 자치경찰대장은 시도지사가 임명한다. 인사와 수사권, 인력 규모까지 시·도지사가 관할하고 책임지게 되는 것이다.

시·도-시·군·구간 종속관계 전락
이런 상황은 시·도지사에게 과도한 권한을 줌으로써 또 다른 시·도 집권화의 폐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군·구에 자치경찰대를 설치한다고 하지만 임명권자는 시·도지사다. 이 때문에 시·도와 시·군·구 간에 불균형이 초래될 수 있다. 시·도-시·군·구간 대등관계에서 종속관계로 전락시킬 우려 역시 존재한다.

중립성 잃은 지방정치 도구화 우려
시·도지사가 자치경찰을 지방정치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얘기다.
자치경찰특위는 정치적 중립성과 자치단체장의 권한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시·도 경찰위원회’를 설치키로 했다. 시·도지사의 경찰직무에 대한 직접적인 지휘·감독은 인정하지 않고 시·도 경찰위원회가 자치경찰을 관리하도록 한다.
시·도 경찰위원 5명은 시·도지사가 임명한다. 1명은 시·도지사가 지명한다. 시·도지사는 시도의회 2명(여야 각 1명), 법원 1명, 국가경찰위에서 1명을 추천받는다.
그러나 시·도 경찰위원회가 자치경찰의 정치적 중립을 해소하기 위한 충분조건인지는 물음표가 달린다. 시·도 경찰위원 5명을 시·도지사가 임명한다는 점에서 단체장의 권력 비대화를 얼마나 해소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시·도 경찰위원회 추천자를 볼 때 시·도 경찰위원회가 시·도지사로부터 독립적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도 생각해 볼 대목이다.
시·도지사가 1명 임명하고 여당으로부터 1명을 추천받는 구조에서 국가경찰위원회가 1명을 추천할 경우 시·도지사가 국가경찰과 타협할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
시·도 경찰위원회 구성과 구조를 감안할 때 시·도 경찰위원회가 시·도지사의 친정체제로 꾸려질 공산이 상존한다.
자치분권위 관계자는 “시·도지사의 경찰 직무에 대한 직접적인 지휘·감독은 인정하지 않고 대신 시·도 경찰위원회가 자치경찰을 관리한다”며 “시·도 경찰위원 임기를 3년으로 해 시·도지사 임기와 다르게 한 것도 정치적 중립성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이어 “자치경찰본부장과 자치경찰대장은 시·도 경찰위원회가 추천하고 시·도지사는 이에 따라 임명만 한다”며 “일각에서는 자율성을 가지고 자치경찰을 운영해야 하는 시·도지사의 역할이 약화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설명했다.

균일한 치안서비스 붕괴우려
또한 균일한 치안 서비스가 가능할까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경찰들이 가장 불안해하는 건 균일한 치안 서비스의 붕괴다. 국가 경찰 체제 내에서 치안 시스템은 경찰청 지휘 아래 지역을 막론하고 대체로 균등하게 이뤄져왔다.
그러나 자치경찰제가 시행되면 각기 다른 지자체 예산에 따라 치안·경비의 질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시행에 필요한 예산은 ‘국가 부담’을 원칙으로 하고 시범 운영 예산은 국비로 지원하기로 했지만, 장기적으로 ‘자치경찰교부세’가 도입된다는 건 시간이 지날수록 지자체별 재정 상황에 따라 치안 투입 비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이른바 ‘유전유안(有錢有安) 무전무안(無錢無安)’ 논란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걱정이다.
도내 한 경정급 간부는 “우리나라가 워낙 치안이 잘 돼 있어 당장에 큰 문제가 벌어지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예산에 따라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며 “지방에서 큰 사건이 발생하면 분명히 자치 경찰 예산에 관한 문제가 거론될 것”이라고 말했다.

효율적 수사체계 혼선 우려
또 일사불란한 수사가 가능할까라는 문제도 재기 되고 있다. 수사 주체가 국가 경찰과 자치 경찰로 나뉘게 되면 효율적인 수사 체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제까지는 경찰청이 지방청을 진두지휘했기 때문에 사건 규모 및 성격에 따라 ‘관리’가 가능했다면, 자치 경찰 도입 이후에는 관리·감독 체계가 상대적으로 헐거워질 가능성이 있어 경우에 따라서는 수사에 문제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초안에는 자치 경찰은 생활안전·여성청소년·교통·지역경비 등 주민 밀착 민생 치안 활동과 이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성·학교·가정폭력, 교통사고, 음주운전, 공무수행 방해 등 수사를 담당한다.
국가경찰은 정보·보안·외사 관련 수사, 전국적·통일적 처리를 요하는 민생치안 사무를 맡는다. 다만 긴급하게 조치해야 할 현장성 있는 사건의 현장보존, 범인검거 등 초동 조치는 국가·자치경찰의 공동 의무사항으로 규정해 사건 처리의 혼선을 방지하고 협력체계를 강화하게 돼 있다.
수사 성격에 따라 주체를 이분화 했지만, 사실상 그 기준이 명확·엄격하지는 않은 상황이다.
최근 벌어진 일련의 강력 사건들을 접한 국민 대다수는 경찰의 신속한 초동 대처를 어느 때보다 강조하고 있다.
이렇듯 안전 문제에 대한 민감성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사안에 따라 수사 주체가 누구인가를 놓고 문제가 생기고, 이에 따라 수사 자체가 삐걱대기 시작하면 국민 불안감을 걷잡을 수 없이 키울 수 있다.
한 경정급 간부는 “경찰이 두 개로 나뉘게 되면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업무 협업”이라며 “지켜봐야겠지만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자치경찰제가 내년 하반기부터 서울, 제주, 세종 등 5개 지역에서 시범운영을 거친 뒤 2022년 전면 시행된다.
국가경찰은 광역범죄에 적극 대응하고 별도로 자치경찰제를 도입해 현장 중심의 치안활동 수행, 주민 밀착형 치안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전북 시범지역 신청보류 관망자세
한편 도는 5곳 자치경찰 시범운영에는 신청하지 않을 방침이다.
서울과 제주, 세종 등 세 곳이 잠정 확정된 가운데 나머지 두 곳은 공모 형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며 지난 12월 21일 인천시는 ‘자치경찰제 시범도시’로 선정해 달라는 내용이 담긴 요청서를 자치분권위원회에 전달한 상태이다.
도 관계자는 “자치경찰제 법적 근거 마련까지 시간이 남아 있으니 추이를 지켜 봐야할 것 같다”며 “명확한 방안이 마련된 이후에야 자치경찰 도입을 위한 구체적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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