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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전라매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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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꿩 대신 닭’이라는 말이 있다. ‘옛날에 꿩고기가 귀했기 때문에 꿩고기 맛보다는 못하지만 그에 근접하는 닭고기로 대신 떡국을 끓였다’ 여기에서 유래된 말이 ‘꿩 대신 닭’이다.
마지못해 택한 것이기에 이러한 말 속에는 일종의 자포자기적 아쉬움이 내재되어 있다.
그러나 꼭 그렇게만 생각할 것이 아니다. 꿩보다 닭이 좋을 때도 있기 때문이다. 꿩 한 마리 값이면 닭 몇 마리도 살 수 있고, 닭고기는 꿩고기 못지않게 단백질 함량이 높고 지방과 칼로리가 낮아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며, 살이 연하고 소화흡수도 잘 돼서 노인과 어린이에게도 좋은 음식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놓친 꿩에만 매달려 애만 태울 것이 아니다, 그게 아니다 싶으면 곧 바로 가까이 접할 수 있는 닭에게 공을 들이는 것도 현명한 삶의 방식이 아닌가 한다.
그러고 보면 청산이 따로 없다. 가는 곳마다 청산이 될 수도 있다. 꽃가마 속에도 근심이 있고, 레드오션 속에서도 블루오션이 잠재되어 있으니 시각을 달리하여 답을 찾다 보면 도처가 청산이요 블루오션인 것이다. 어찌 보면 그게 오히려 축복이요, 하늘의 뜻일 런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꿩을 못 잡았다 하여 병이 들거나 심지어 자신의 삶을 포기한 이들도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나의 목표만을 향해 돌진하는 외골수 인생, ‘이 길만이 최선이고, 그래야 만이 잘 살게 된다’고 여기는 극단주의적 사고방식, 이러한 1등 제일주의 문화가 오늘날 우리네 삶에 경직성을 가속화시켜왔다.
대학 진학과 직업 선택이 그렇고, 각종 스포츠와 경연 대회 그리고 선거의 당락과 정당 간의 대립도 이와 다르지 않다.
미국의 39대 대통령 지미 카터가 미해군사관학교 입학할 때의 이야기다.
그때 리코버 제독이 지미 카터에게 물었다. “해군사관학교에서의 자네 성적은?”. “예, 830명 중 59등을 했습니다”, “그게 자네가 최선을 다한 성적이었나?” 등수의 문제가 아니라 그게 최선을 다한 결과인지? 그게 아닌 것인지?를 묻는 질문이었다. 그때부터 카터는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리라’ 마음 먹고 그걸 자신의 죄우명으로 삼고 그대로 실천에 옮겼다는 일화가 있다.
그러기에 1등으로 가는 외길만이 길이요 최고가 아니다는 말이다. ‘축록자불견산(逐鹿者不見山)’이라고, 사슴을 좇아간 자는 산의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고, 고속도로를 달려 먼저 도착한 자는 국도를 거쳐 온 자의 즐거움을 놓치기 때문이다.
미모의 규수에게 청혼을 했다가 거절당하고 그 후 만난 여인과 일생을 행복하게 살다 가신 어느 노시인의 경우가 있다. 그러면서 종종 ‘지금의 아내를 만나지 않았던들 과연 오늘의 내가 될 수 있었을 것인가’하고 스스로 반문한 회고담을 읽은 바 있다.
그러기에 인간지사 새옹지마라고나 할까, 아니 상선불여차선(上善不如次善)이라고나 할까. 이것만이 최고라고 하는 획일적 가치관에서 벗어나 이것도 이것 나름의 의의와 가치가 있고, 저것 또한 그 나름의 의의와 가치를 지닐 수도 있다고 여기는 삶이 우리 모두에게 행복을 안겨 줄 수 있는 삶의 지혜가 아닌가 한다.
세상은 날로 다원화 되면서 무섭게 변해가고 있다. 우리네 의식구조도 바뀌어져가고 있다. 남북관계가 그렇고 세계정세가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고 있다. 전통적인 가치관이 해체되기도 하고, 다른 방향으로 확산·발전되어 가기도 한다.
그 동안 우리네 삶 속에서 소외되어 왔던 주변적인 것들에 새로운 관심과 가치를 부여하는 소위 소확행(小確幸)을 추구하는 N세대 문화가 그것이다.
조깅 후 맥주 한 잔 같은, 작지만 확실히 성취할 수 있는 행복, 과시와 경쟁이 아닌 스스로 만족하고 위안을 얻고자 하는 자기중심적 행복 실현의 길, 이러한 신사조가 21세기를 열어갈 4차원 시대의 새로운 가치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자기만이 최선이고 최고라고 우겨대는 내로남불의 독선도, 그것만이 최고라고 여겨 거기에만 매달려 일생을 허비하던 ‘꿩 ’지망생들도, 이제 주변으로 눈을 돌려 ‘닭’ 속에서 꿩을 찾아 남은 생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차선(次善)의 시대가 도래하기를 기대해 본다.
김동수 시인
본지 독자권익위원회 회장
사)전라정신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