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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 칼럼

유토피아

전라매일 기자 입력 2021.05.02 17:15 수정 0000.00.00 00:00

“온전히 아름다운
땅도 없고,
온전히 아름다운
사람도 없다.”
이것이 바로 이
세상의 모습이요,
진리다.

ⓒ e-전라매일
유토피아는 우리들이 꿈꾸고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의 상태를 갖춘 이상 국가, 곧 우리들의 이상향이다. 그렇다면 지구상에 이러한 유토피아는 존재할 수 있는 것일까? 아니면 시시포스의 바윗돌처럼 영원히 성취될 수 없는 것일까? 그리하여 마음속에서만 살아 있어 무지개처럼 그걸 잡으려 끊임없이 갈구하다 마는 것일까?
유토피아(Utopia)란 말을 맨 처음 쓴 사람은 1516년 영국의 소설가 토마스 모어가 쓴 공상소설 『유토피아 Utopia』에서 비롯된 말이다. 원뜻은 ‘U(없다)’, ‘Topia(장소)’란 말을 조합한 합성어로서 ‘어느 곳에도 없는 땅(no-man’s-land)e), 그러나 좋은 곳’이라는 내포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 세상에는 없는 곳, 그러나 꼭 있어야할 그런 세상, 곧 공산주의 경제체제와 민주주의 정치체제 완벽하게 갖추어진 이상국가에 대한 동경과 희망이 역설적으로 반영된 세계이다.
그럼에도 지구상에 살고 있는 인간들은 언제부터인가 이러한 유토피아를 찾아 나섰다. 그러나 유토피아는 찾을 수 없었다. ‘아무데도 없는 그곳(No Where)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 것인가? 천상으로 올라가 가 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지하로 가 볼 수도 없는 이승의 지금 이곳(Now Here)에 유토피아가 있다. 다시 말해 고통스런 현실 그 속에 우리의 유토피아가 숨어 있다는 것이다. 멀리 있는 게 아니라 우리가 숨쉬고 부대끼며 살아가고 있는 오늘의 삶 속에 유토피아가 들어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애리조나주에 억만장자들이 은퇴 후에 모여서 사는 ‘썬 밸리’(Sun Valley)라는 곳이 있다고 한다. 그곳은 모든 것이 현대화된 시설로 호화로운 곳일 뿐만 아니라 공기도 맑고 깨끗한 청정지역으로 노점상도, 노숙자도 없는 곳이라고 한다. 그곳에서는 자동차도 노인들을 놀라지 않게 하기 위해 시속 25킬로미터 이하의 속도로 달려야만 한다. 하지만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보통 사람들보다 치매 발병률이 훨씬 더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모든 편의시설과 최신 의료시설에 최고의 실력을 지닌 의사들이 배치되어 있는 그야말로 지상 낙원이었다. 그런데 연구결과 그곳에 있던 사람들이 치매에 걸린 이유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첫째로 일상적으로 겪는 ‘스트레스’가 없고, 둘째, 생활고에 대한 ‘걱정’이 없으며,셋째, 생활에 ‘변화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병을 유발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이곳에 있던 많은 사람들은 다시 자신이 원래 살던 시끄러운 마을로 돌아갔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결국 행복한 삶이란 걱정 없이 그저 편안하게 사는 것보다 오히려 여러 가지 어려움들을 겪으면서 그것을 해결해가는 과정에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낙원’은 다름 아닌 바로 내가 고민하고 걱정하며 아웅다웅 다투고 화내고 또 웃으며 어울려 사는 가정과 또 지금도 바쁘게 살고 있는 바로 이곳(Now Here)에 우리의 유토피아가 있다는 결론이었다.
아이러니칼하게도 19C 과학기술의 발달로 풍요를 보장 받던 근대의 유토피아는 더 이상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요즘 유토피아에 대한 상대적 개념으로 디스토피아 문학들이 등장하고 있다. 유토피아가 깨진 거울이라면, 그 깨진 거울에 비친 오늘날 우리들의 모습이 바로 디스토피아인 셈이다.
유토피아는 더 이상 지구 어느 곳에 따로 있는 게 아니었다. 한때 영국 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에 대한 대안으로서 내세웠던 소련 공산주의자들의 주장, 곧 사유재산을 없애고 그 대안으로 내세운 공공소유제도도 더 이상 유토피아가 아님이 입증되었다.
불가에서 ‘말한 도(道)란 ’평상심시도(平常心是道)‘요, ’번뇌가 곧 극락‘이란 말도, ’그런가 하면 ‘고통 속에 영광이 있다‘는 성경의 말씀들과도 같은 맥락들이다. 이 세상 어디나 고통이 있고, 그 고통 속에서도 행복이 있으니, 행복이 있는 곳에 고통이 있고, 고통이 있는 곳에 행복이 있다는 등식이다. “온전히 아름다운 땅도 없고, 온전히 아름다운 사람도 없다.” 이것이 바로 이 세상의 모습이요, 진리다.

/김동수 시인
본지 독자권익위원회 회장
사)전라정신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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