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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전라매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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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저 합격했어요!”
전화기 저편에서 흥분을 감추지 못한 진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먼저 나온다. 축하의 말과 함께 진이와의 지난날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이젠 정말 잘 살아갈 수 있겠구나 안심이 된다. 그녀는 다문화가족의 이주여성이다. 그녀가 합격한 것은 물리치료사 국가고시, 이젠 당당히 물리치료사로서 자신의 커리어를 구축해 갈 것이다. 어떤 희망도 가질 수 없었던 모국에서의 생활을 탈피하고자 한국행을 택했지만, 한국에서의 생활도 녹록지 않았다. 다행히 착한 남편 덕에 마음고생은 크게 하지 않았지만 위축되고 자신감 없기는 모국이나 한국이나 별다를 게 없다고 했다.
나와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부모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만나게 됐고, 한국 생활의 안정적인 적응을 돕기 위한 다양한 교육을 진행하면서 서로의 속내까지 알게 됐다. 다행히 학습능력이 뛰어나 한국어도 빨리 습득했고, 한국에 뿌리내리고 살기 위해선 자신만의 커리어가 있어야 함을 깨닫고 그 방법에 대해 함께 고민하면서, 주부학교를 통해 고교 졸업장을 취득하고 대학까지 진학하여 물리치료사 국가고시까지 패스한 것이다. 자신이 갈 수 있는 길이 있음을 깨닫게 하고 그 방법을 알게 해준 것에 늘 고마워하는 그녀. 아이 둘을 키우며 살림하는 그녀가 대학을 마치기까지 고생은 어떠했겠는가. 남편의 외조 또한 감사할 일이다. 대학에 들어가 어려운 의학용어와 한국어의 뉘앙스를 이해하지 못해 힘들다며 하소연하면서도 포기란 말은 절대 하지 않았다. 아이들에겐 산교육이 됐으리라.
다문화가족과 함께 하는 동안 그들의 어려움과 문제를 함께 해결해 가며 가족의 소중함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됐다. 그들의 다부진 노력 등을 보며 배려도 좋지만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편견 없는 마음이 항상 아쉬웠다.
5월 가정의 달,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어버이날, 부부의 날까지 줄줄이 이어진다. 사회의 기본이 되는 가정이 안정되면 가족은 물론 사회, 국가, 더 나아가 세계가 평안해질 것이다. 얼마 전 가족의 다양성 인정과 평등하게 돌보는 사회를 목표로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이 여성가족부에 의해 발표됐다. 다양한 가족 형태를 포용하고 가족 다양성에 대응하는 사회적 돌봄 체계 등을 강화한다고 한다. 다문화가족 등에 대한 맞춤형 지원은 지속강화 된다고 하니 진이처럼 많은 이주여성들이 자신의 커리어를 쌓고 그에 걸맞는 대우를 받으며 당당히 살아가길 바란다.
무엇보다 그들은 이 나라에서 가정을 책임지는 아내이고 어머니이며 주부이기 때문이다.
/조경옥 시인
전북시인협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