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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칼럼-시인의눈] 살며 생각하며

전라매일 기자 입력 2021.05.23 14:45 수정 0000.00.00 00:00

ⓒ e-전라매일
지난날을 뒤돌아보면 지독하게 풀리지 않았던 일들, 해보려고 애를 써도 되지 않았던 일도 많았었지만, 어느 때는 안 될 성싶은데 저절로 풀렸다고 신이 났던 때도 가끔 있었다. 생각해 보면 그것은 유비무환의 교훈을 믿지 않았기 때문이었고 계획도 준비도 조건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했던 일이었기에 그렇게 힘들고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는 걸 알았다. 내 앞에 펼쳐질 삶에 최선을 다하고 더 이상은 실수나 실패하지 않고 살아 보리라 마음속에 몇 번이고 다짐하지만 반복되는 일상을 그러거니 하며 보내다 보면 어느새 한 해가 가고 세월이 되고 인생은 내리막길을 내달리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된다.
주위에서 신문이나 문학지, 카페를 넘나들며 혹여 작품을 내면 상이라도 상금이라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기대를 걸고 작품을 열심히 쓰고 있다는 말을 가끔 듣는다. 그럴 때면 상 받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고 돈이 되는 일인데 욕심이 없는 이가 또 어디 있겠냐며 여기저기 작품을 내지 말고 작품 하나에 온 정성을 다해 좋은 작품이 될 때까지 고치고 다듬어서 모두가 인정할 만한 작품이 되어 있을 때 도전하라고 조언을 하곤 한다.
살며 생각해 보면 무슨 일이든 다급하다고 되지 않을 것을 억지로 하려고 하면 백전백패라는 것을 알면서도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했을 때 성공 확률은 거의 없었다. 하물며 철저히 계획하고 준비하고 또 확인해도 될까 말까 한데 이 정도면 되겠지 스스로 결정하고 판단해 버리기에 성과 없는 수고만 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봄이 왔다고 모처럼 고추, 가지, 당귀, 토마토 등 어린 모종을 사다가 밑거름을 주고 조심스레 심고 물도 주고 지주도 세워줬더니 든든한 느낌이 들었다. 한참 뒤에 심어놓은 모종을 가서 보니 아직 발착이 되지 않아 여린 잎사귀가 축 늘어지고 금방 죽은 듯 있다가 하룻밤을 자고 나니 땅 맛을 알았는지 언제 그랬냐며 똑바로 서서 의젓하게 자라는 것을 보았다. 이런 광경을 보면서 농부들이 노심초사 농사에 얼마나 최선을 다하며 고생하며 농사를 짓는지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노력과 희생 없이 얻어지는 것이 그 무엇이 있을까. 그래서 옛 어른들은 살아 온 인생 이야기를 꺼내기만 하면, 열심히 공부하고 한눈팔지 말아야 한다, 아껴 쓰고 착하게 살아야 좋은 사람이 된다. 부자는 저절로 부자가 된 게 아니고 안 먹고 안 쓰고 지독하게 고생하며 돈을 벌었기에 부자가 됐다고 하셨나 보다. 요즈음 코로나로 인해 가정이나 직장이나 어디를 가도 어렵고 힘든 것은 하나같다. 하지만 조금 불편해도 견딜 수 있고 조금 부족해도 버틸 수 있는 지혜와 참음의 인내가 우리에게는 틀림없이 있다. 다만, 조금 불편하고 힘들고 어렵고 고단하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지만 이 또한 반드시 지나가리라 확신한다.
비 온 뒤에 땅은 더 굳어진다고 이 난국을 지혜롭게 인내하며 보낼 수 있다면 먼 훗날 이런 지경에서도 버티고 견디며 살아왔었다고 말 할 수 있다면 우리의 삶 속에 어제는 더욱 빛나고 아름다울 것이다.

/신성호 시인
전북시인협회 군산지역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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