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more
기획 요일별 특집

[온고을 문학산책] 봄꽃지도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입력 2021.06.10 13:51 수정 0000.00.00 00:00


ⓒ e-전라매일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주위와 지구촌 곳곳에서는 수많은 인구가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주고, 살상하며 스스로 고통의 세계를 만들고있다. 인도에서는 코로나19로 수많은 생명이 죽어가고 있으며, 미얀마와 이스라엘, 리비아, 등지구촌 곳곳에서는 분쟁으로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고 있다. 특히 미얀마 사태는 우리의 과거를 소환한다. 굴곡진 현대사를 관통하며 살아온 세대로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겨울 처음으로 맞은 한파가 몰아쳐서 베란다 화분도 다 얼었다. 가장 먼저 봄소식을 알려줬던 춘란화도 기어이 꽃대를 올리지 못했다.봄이 도둑고양이처럼 왔다가 가버리는 것 같지만, 그래도 봄은 희망이었다. 꽃길을 찾아 위안을 받을 수도 있었으니…. 봄까치꽃, 제비꽃 등의 풀꽃들이 겨울 동안 뻣뻣했던 내 무릎을 굽히다가 일어서게 했다. 꽃길을 걷도록. 매화 길과 산수유 길을 그리고 꿈같이 사라지는 화사했던벚꽃 길을 지나서, 개나리 철쭉꽃이 찬란했던 길 뒤로 모란이 지고 나자,만춘에는 흰 꽃 달린 나무들이 줄을 섰다. 불두화도 만나고, 멀리 가지 않아도 걸을 수 있는 이팝나무 길도 있고, 생태습지 길에서 만난 백당나무,층층나무, 찻잎 따는 나를 위안하던 때죽나무 등이 있다. 산허리마다 만발하는 찔레꽃, 아까시. 벽오동, 기도하는 나무 산딸나무 등이 풋 여름을부른다.
반짝 하늘이 맑은 날이 마침 부처님 오신 날이었다. 친구가 어떤 절에라도 가서 예배드리자고 했다. 백련사의 추억을 나누다가 그냥 강진으로줄달음쳤다. 월출산 정상에 우뚝우뚝 선 산봉우리를 올려다보자니 애틋했던 다산 정약용의 유배길인 귀양길이 지금 나에게는 귀향길같이 그리운 길이 되고 있다고 하면서…. 다산이 월출산을 바라보며 어지러웠던 한양을 생각하고 ‘꼭 도봉산 같구나!’ 했다는 그 말이 갖는 의미가 되새겨졌다. 그의 ‘애절양(哀絶陽)’이란 시의 내용과 시를 쓰게 된 배경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먹먹해 온다. 오늘날의 세태를 생각한다면 그는 어떤 글을 지을까를 상상해본다. 신록의 산야를 지나치면서 머리로 꽃지도를 그리다가 당도한 백련사입구의 동백 숲 앞에 들어섰다. 백련사 주차장은 그 옛날 메밀꽃 피는 언덕이었던 때를 불러오고 일주문 역할이었던 동백숲은 다산초당 가는 길의 차밭과 오솔길을 더듬게 했다. 그리고 다산과 혜장 스님의 우정과 우리의 시간도…. 동백꽃은 이미 떨어진 뒤였지만, 많은 이야기가 떠올려져서 설레었다. 울창한 숲을 지나 대웅전 앞에 들어서니 오색 꽃등이 반겨주었다. 뒤뜰의 매화나무에는 매실이 조롱조롱 익어가고 있었다. 대웅전(大雄殿)과 만경루(萬景樓)의 현판 글씨체는 저 유명한 원교 이광사의 필체여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미려하고 웅대한 글씨에서 선인의 정신을그릴 수도 있게 된다. 만경루의 창문 밖으로 구강포를 내려다보며 만감에 젖었을 옛사람도 함께하는 기분이었다. 종교와 상관없이 탐진치(貪瞋痴)와 삼독(三毒)을 버려야 한다는 부처의 뜻도 되새겨보는 시간이 되었다. 마당 앞의 우람한 배롱나무를 탑돌이 하듯 나무 주위를 돌아서 동백숲 이야기를 남겨둔 채 애석하게 돌아섰다.본래 진흙에서 온 인간. 어지러운 세상살이에서도 마침내 진흙을 빚어 아름다운 그릇이 되는 것처럼 아름다운 인생의 그릇이 되라는 뜻이리라. 꽃지도에는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인간의 삶이 그려져다 한다는것이 무릎 아래서 땅을 지키는 풀꽃과 나무들을 내려다보는 하늘의 뜻이려니…. 신록의 나무 아래서 봄꽃지도에 새겨진 뜻을 찾아보며 나무가 주는 말을 묵묵히 새겨보리라. 흰 꽃들의 열매가 빨갛거나 까맣게 익어가는 이유를…

조윤수
전주문협회원


저작권자 주)전라매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