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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칼럼-시인의눈]백신 접종 유감

admin 기자 입력 2021.06.13 14:26 수정 2021.06.14 14:26

ⓒ e-전라매일
잦은 비 내림과 종잡을 수 없는 날씨 때문에 봄꽃과 여름꽃이 뒤섞여 피고, 그러는 사이 다시 6월이 오고 푸르름은 짙어져 천지가 싱그럽다.
마스크로 입과 표정을 틀어막고 서로를 경계하며 거리 두기를 하는 동안 바이러스와의 대치상태가 두 해째 접어든다. 오나가나 열심히 손 씻고 소독하고 열 체크하며, 밖으로만 떠돌던 가족들이 가정 중심으로 모이는 일은 그나마 다행인 것 같다. 얻어먹는 주제에 이것저것 가릴 형편이 안 됨을 알면서도 무엇은 효과가 어떻고 부작용이 어떻고 심지어는 가격을 대조하며 불편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어쨌든 많은 수의 국민이 백신 접종을 희망하고 나도 그 대열에 끼어들었다.
예약된 병원에 가서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뜻하지 않은 사람을 만났다. 서로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으나 나는 그가 대학동기이며 같은 곳에서 근무했던 K임을 알아보았고, 그 역시 당황한 눈빛 속에서 나를 알아보는 것 같았다. 순간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는 반가운 인사를 꿀꺽 삼키고 흔들리는 시선을 거둬들였다. 떨리는 몸을 휠체어에 의지하고 부인인 듯한 여자의 도움을 받으며 예방접종을 하러 온 그 친구가 얼마나 황망하게 자신의 모습을 숨기고 싶어 하는 지 한눈에 읽어졌다. 아이러니하게도 타인의 불행은 때로 나의 현실을 안도하게 하는 것인 듯했다. 내게도 여기저기 아픈 곳이 왜 없을까만 그나마 아직은 내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음이 얼마나 다행인지 그 친구를 보며 어느새 나는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었다.
백신 접종 후 내겐 아무 증상이 일어나지 않았다. 적어도 밤 열 시까지는. 준비했던 해열진통제도 먹지 않았다. 그런데 이후 잠자리가 편하지 않았다.
낯선 적군이 들어왔으니 내 몸 안의 방어군과 맞서 싸우는 것이리라. 미지근한 물을 한 컵 더 마시고 잠을 청했지만, 뒤척이느라 깊은 잠을 놓쳤다.
아침에는 몸살기와 약간의 메스꺼움, 편두통이 느껴졌다. 따뜻한 물에 준비해둔 진통제를 먹고 다른 날과 똑같은 아침을 보냈다. 손녀 등원시키고, 평소에 먹는 약도 챙겨 먹고 나서야 자리를 펴고 누웠다. 일단은 오후 스케줄을 취소하는 전화부터 했다. 아프면 쉬어야 하는 것, 더군다나 내 몸 안에서 지금 소규모의 전투가 일어나고 있지 않은가? 충분한 물과 휴식으로 고군분투하는 아군을 적극 지원해 줘야겠다.

/전재복 시인
전북시인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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