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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칼럼-시인의눈]마음으로 짓는 농사

전라매일 기자 입력 2021.06.20 18:32 수정 0000.00.00 00:00

ⓒ e-전라매일
올망졸망 일군 이랑 위에 다양한 농작물이 줄을 맞춰 자라고 있다. 작년 겨울에 심겨진 마늘부터 시작해 감자, 상추, 완두콩, 옥수수 등등이 하루가 다르게 쑥쑥 커간다. 하루라도 보지 않으면 궁금하니 농사꾼이 다 된 건가? 미안하지만 나는 농사꾼이 아닌 구경꾼일 뿐이다. 산책로 주변에 주말농장이 제법 넓게 자리하고 있어 매일같이 하는 산책길에 보지 않을 수 없다. 내 손을 직접 쓰진 않지만, 그들을 보는 눈길만은 정성이 듬뿍 들어가니 마음만은 농사꾼이 다 되어 있는 셈이다. 그런 나를 보며 딸 내외는 주말농장을 한번 해보라고 권하지만 제대로 흙을 일궈본 적이 없기에 그저 보는 걸로 만족하고 있다. 뭔가를 키우고 돌보는 것은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늘 보게 되는 주말농장만 하더라도 매일같이 나와서 물을 주고 풀을 매어주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이 분명하게 구분이 된다. 무성하게 잘 자란 작물들을 보면 흐뭇하지만, 잡초가 무성하거나 말라 비틀어져 가는 이랑을 보면 눈살이 찌푸려지고 안타까운 마음이 생기곤 한다.
주말농장 들머리나 귀퉁이 조그만 땅조차 그냥 놀려두지 않고 일구어 뭔가를 심고 가꾸는 것을 볼 때면 그 부지런함과 살뜰함에 고개가 숙여진다. 조그만 밭농사도 이럴진대 사람 농사는 어떠할까? 최근엔 하루가 멀다하고 아동학대 건이 터져 나와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다. 말 못하는 영아는 물론이고 얼추 자란 어린이까지 다치거나 심하면 죽는 일까지 있었다. 가해자는 어이없게도 친부모는 물론이고 계모나 계부, 양부모, 선생님이 주를 이뤄 경악케 했다. 사랑으로 보살펴도 모자라는 게 아이들인데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으로부터 학대를 받는다면 그 마음에 무엇이 싹트게 될까? 훈육이라는 이유로도 절대 매를 들 수 없는 게 요즘 양육 방법이다. 모든 생물에겐 자생력이 있다. 거기에 사랑을 더한 보살핌이 조금만 보태어진다면 훨씬 더 잘 자라게 될 것이다. 어떤 것이든 쑥쑥 커가는 것을 보는 일은 행복하다. 농부가 그 힘든 수고로움을 견디고, 부모들이 어려움과 힘든 것을 묵묵히 이겨내는 이유일 것이다.
온 누리가 생명의 기운으로 충만하다. 이 무성한 녹음은 견뎌야 할 시련의 시기도 함께 한다. 무더위와 장마, 태풍 등 넘어야 할 산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구슬땀을 흘리며 이랑을 북돋우고 고랑을 파며, 잡초를 뽑아낸다. 쓰러짐을 방지하기 위해 지지대를 세우고 끈을 이어준다. 줄 맞추어 잘 자란 채소들을 보며 함께 산책 나온 손녀의 손을 힘주어 잡는다. 이 아이를 위해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줄 수 있으면 좋겠다. 맞잡은 손녀의 손에서도 힘이 느껴진다.

/조경옥 시인
전북시인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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