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e-전라매일 |
|
나이가 들어가면서 젊은 날 가졌던 욕심과는 색깔이 다른 바람이 생겼다. 아무리 장수시대라고 너도나도 나이보다 젊은 척하며 사는 세상이지만, 어디 가서 밝히기 부끄러운 나이에 이르러 새삼 바라는 것이 있다면 흉이 될 수도 있겠으나, 사회적 지위나, 명예, 돈 같은 사회 경제적 자산을 탐하는 것은 아니다. 인생의 행복은 돈이나 사회적 지위가 전적으로 채워주지는 않는다. 사람과 사람 사이 정서적 교감을 나누고, 정서적 자산이 풍부한 마음 부자가 되고 싶은 것이다.
똑똑하고 영민한 사람보다는 무던하고 푸근한 사람, 화끈하게 결단을 내려 앞장서 치고 나가는 사람보다는 뒤에서 든든한 배경이 되어주는, 그런 사람이 그립고 그런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다.
어쩌면 나이 든 사람의 힘없는 변명이며 자기 방어적인 생각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이 바꿔놓은 세상은 너무 쾌속 질주하고 사람들은 발전하는 문명에 발맞추기 위해 숨이 가쁘다. 나처럼 머리 회전도 몸짓도 둔한 사람은 자칫하면 넘어지고 걸핏하면 멈춰 서서 휙휙 지나치는 문명의 속도에 어질머리를 앓는다. 그렇다 해서 큰 걱정을 하지는 않는다. 사회를 이끌어가는 청년들과 지도층이야 앞서 달려가라 하고, 이제 나이 들어가는 사람들은 넉넉한 배경이 되어줌이 훨씬 아름답지 않을까? 나이 든 사람이 젊음과 겨뤄 내달리고, 하찮은 명예를 좇아 헐떡이는 모습은 결코 아름답지 못하다.
“그 사람 괜찮은 사람이야” “그 사람 좋은 사람이지” 언감생심 존경까지야 바라지는 않지만 괜찮은 사람, 좋은 사람이라는 말은 남은 생의 여정에서 욕심을 내 볼만한 일이다. 그런 훈훈한 평가가 하루아침에 거저 오는 것이겠는가? 부단히 자신의 가치를 가꾸는 일에 충실하지 못하고 청춘을 낭비했다면 결코 얻을 수 없는 일이고, 나를 허물지 않고 얻으려고만 한다면 가당찮은 욕심이니, 탑을 쌓듯 공들이지 않고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좋은 것을 얻으려면 그에 상응하는 내 것을 먼저 내놓아야 한다. 배려가 그렇고, 친절이 그렇고, 나눔이 그렇고, 사랑이 그러하다. 사촌이 논을 사도 배 아파하지 말자. 그 사람이 논을 사기 위해 남모르는 피땀을 얼마나 흘렸겠는가? 부러워는 하되 질투는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좋은 것, 좋은 사람, 좋은 일에 마음껏 부러움을 표현하고 공감할 일이다. 긍정의 파장에 기쁘게 휩쓸려볼 일이다. 슬픔을 함께, 기쁨도 내 일처럼, 부러운 일은 마음껏 부러워하며 정서 부자가 되고 싶다.
/전재복
시인·전북시인협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