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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전라매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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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으로 덮개를 씌운 낡은 원탁
대여섯 개, 누런 벽지엔 그곳을 다녀간
사람들의 이야기가 빼곡하게 꿈틀거린다
좁은 사이를 외나무다리 건너듯
조심스럽게 빠져나와 자리를 잡는다
넥타이를 매고 미끈한 가죽 가방을 들고
한 끼를 먹으러 온다
세운상가 입구쯤에 있는 허름한 국밥집이다
중년에서 팔십 대 노인들까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단골 고객들이다
대부분 혼자이거나 어쩌다 맘에 맞는 친구 몇 명이,
때로는 끼니를 놓친 출장 나온 화이트 칼라까지 다양하다
순댓국밥 한 그릇이 사천 원, 소주 한 병이 천오백 원이다
맛은 물론 양도 푸짐하다
반주 한 잔을 곁들이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잔술도 먹을 수 있다
초면인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겸상을 한다
술 한 잔 권커니 받거니 하다 보면 금세 이웃이 된다
푸짐한 국밥 한 그릇에 낮술 한 잔을 걸친 날
세상은 이렇게 깊은 강물로 찰랑댄다
한 끼가 평화를 만들고 나를 만들고 세상을 만든다
모락모락 인생을 피우는 한 끼는 엄숙한 의식이다
<시작노트>
요즘 물가고와 실업난에 한 끼가 위태로운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 옛날 만원 짜리 한 장이면 밥 한 상에 약주 한 병을 거나하게 먹고도 다방 커피 한 잔을 즐길 수 있었든 시절이 엊그제 같다. 지금은 겨우 한 끼를 때울 수 있을 뿐이다. 날로 각박해지고 있다. ‘밥 한번 먹자’가 그리 쉽지 않다. 너나 할 것 없이 어려운 시절이다. 한 끼는 나를 세우고, 무엇인가를 도모하고, 그리고 어지러운 세상을 살아내는 최소한의 자존감이다.
/이 내 빈
전북시인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