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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더한다고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아직도 치기 어린 마음이 들 때도 있고 성숙하지 못한 행동을 할 때가 있어 스스로도 깜짝 놀란다. 얼마 전 모 행사가 있던 날이었다. 행사장에 들어가는데 어르신 한 분이 노인 보행기(할머니 유모차)를 천천히 밀며 나오고 계셨다. 볼일을 마치고 나오면서 보니 그 노인께서 행사장 입구 앞에 서 있는 커다란 나무 그늘에 유모차를 세우고 쉬고 계셨다. 거동이 불편함에도 행사에 참여하신 어르신께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때 그 그늘을 향해 크고 까만 세단이 들어오고 있었다. 분명 쉬고 계신 어르신이 계신데도 그늘 중심으로 차를 들이미니 어르신이 별수 없이 일어나 느릿느릿 유모차를 밀고 그 자리를 떠나실 수밖에 없었다. 차를 그늘에 주차시키기 위해 쉬고 계신 어르신을 쫓아낸 것이다. 그 차에서는 말끔하게 차려입은 남자 세 명이 내려 행사장 안으로 들어갔다. 아무렇지도 않게. 행색으로나 행동하는 것으로 보아 행세깨나 하는 행사 관련자인 것 같았다. 직위가 높다고, 나이가 많다고 어른이 아니다. 어른답게 생각하고, 어른답게 행동해야 어른이다. 봄이면 뒤틀리고 터진 몸으로 꽃을 피워 올리는 나이 든 벚나무의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눈물겹다. 날 수를 더하면서 저절로 익어 고개 숙이는 벼가 부럽고, 곧은 몸을 위하여 스스로 가지치기하는 소나무가 존경스럽다. 튼실한 열매를 위하여 부실한 열매를 일치감치 떨어뜨리는 과감한 그 정리는 또 어떠한가. 사람에게서도 어른을 배우지만 이렇게 자연에서도 어른을 목도한다. 눈앞의 이익을 위해 조급해하지 않고, 보란 듯이 드러내지 않으며, 있는 힘을 모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사람보다 자연에서 더 보는 것 같다. 큰 나무가 자신의 영역이라고 작은 나무, 하찮은 잡풀들을 쫓아내던가? 자신의 가지에 깃든 새들을 마다하던가? 넉넉한 품새로 크고 작은 모두를 배려하며 누구라도 따뜻한 마음으로 품어주는 어른.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정의와 공정을 실천하는 어른, 세상이 아무리 험하고 힘들어도 늘 그 자리에서 기다려주는 어른, 그런 어른을 뵙고 싶다. 늙었다고 성장이 멈추는 것은 아니다. 신체는 비록 쪼그라들지라도 정신과 마음은 얼마든지 성장이 가능하다. 진정한 어른으로 성장하기 위해 가끔씩 올라오는 치기 어린 마음부터 어찌해봐야 할 것 같다. 엊그제 매스컴에서 언뜻 흘려들었던 말귀가 떠오른다. 늙는 것은 필수, 성장은 선택! 마음 깊이 새겨야 할 말이다.
/조경옥
시인, 전북시인협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