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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 칼럼

화장실(化粧室)

전라매일 기자 입력 2022.08.16 18:10 수정 0000.00.00 00:00

ⓒ e-전라매일
섭취攝取 만큼 중요한 것이 배설排泄이다. 특히 배변排便이 원활하지 못하면 질병을 얻어 고생을 하게 된다. 설사도 문제가 되고 변비도 문제가 된다. 사람들은 대변大便이 더럽다는 이유로 입에 올리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만 누구나 하루에 한 번은 배변을 위해 화장실을 다녀와야 한다.
화장실을 ‘나 홀로 다방’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밀어내기를 하면서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 이 생각 저 생각을 하거나, 신문을 보기도 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를 갖는다.
진나라 제1의 갑부였던 석숭石崇은 화장실을 황금과 보석으로 꾸몄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홍콩의 보석상 주인도 61억 원짜리 초호화 화장실을 만들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미국의 힙합 뮤지션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는 자택에 6억 2800만 원이나 들여 화장실에 황금 변기를 설치하기도 했다.
16세기~ 20세기 초까지 영국 왕실에는 왕의 배변을 돌보는 변기 보좌관Groom of the stool이 있었다. 왕은 스툴Stool이라고 하는 변기 의자에 앉아 볼일을 보았다. 시중을 드는 보좌관은 왕이 일을 마치면 물이 담긴 대야와 수건을 받쳤다. 이때 변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의사와 상의함으로써 왕의 건강을 보살폈다.
요즘 사람들의 사고로 변기 보좌관을 최하류 계층일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놀랍게도 이들은 귀족이나 명망 있는 계층의 자제들이었다고 한다. 그것은 왕의 배변 시중을 들음으로써 최측근이 되어 부와 명예와 지위를 한꺼번에 얻을 수 있는 지름길이었기 때문이다.
영화 광해에 거짓 임금인 천민 출신 하선河璿이 똥 싸는 장면이 나온다. 하선이 배를 쓰다듬으면서 문무 대신들에게 사태의 긴박성을 알리자 훈련된 복이나인僕伊內人이 기민한 동작으로 4각형의 휘장을 궁궐 한쪽에 설치한다. 이때 휘장 가운데에 좌변기를 갖다 놓는다. ‘매화틀’이다.
‘매화틀’은 ‘매화 향기가 나는 인분을 담는 그릇’이라는 의미다. 여기서 매화는 임금님의 똥을 말한다. 하선의 변이 나올 때마다 내관과 시녀들이 ‘경하드리옵니다’를 외쳐대는 것을 보면 변을 잘 보는 것은 건강의 제1이라는 의미다.
황금 변기는 미술관에도 등장했다. 2016년 9월 이탈리아 행위예술가 마우리치오 카텔란Maurizio Cattelan이 18k 황금으로 만든 변기를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Solomon R. Guggenheim Museum에 전시했다.
미술관 안 남녀 공용 화장실에 설치된 체험형 예술작품의 이름은 ‘아메리카’였다. 미국에서 일어나는 각종 경제 불균형과 부의 세습을 비롯한 아메리칸드림의 허상을 풍자한 것이다. 체험했던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먹은 것은 모두 변이되는 데 황금 변기를 사용한다고 뭐가 달라지겠냐며 쓴소리를 했다고 한다. 한 사람당 5분씩 사용 시간을 제한했음에도 불구하고 10만여 명의 관람객이 환금 변기를 사용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뿐만 아니라 70억 원을 호가하는 황금 변기는 도난 당하여 많은 화젯거리를 낳기도 했다.
요즘은 어디를 가나 화장실이 있다. 공중화장실이라고 해서 화장지도 없는 옛날식이 아니다.
비데까지 마련되어 쾌적하고 깨끗하다. 지상에서 소개된 어떤 호텔 로비의 화장실은 휴식 공간으로 꾸며, 벽걸이형 TV는 물론 신문과 잡지, 핸드폰충전기‧가글액‧드라이‧화장품까지 갖추고 있고, 화장실 밖에는 안락의자까지 있어 기다리는 사람을 배려하고 있다고 홍보했다.
요즘은 변소가 아니라 화장하거나 몸을 단장하는 데 필요한 물품과 시설을 갖춘 화장실化粧室이다. 세상 많이도 변했다.

/정성수
전주비전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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