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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부모-자녀 관계에 대한 개념과 역할에 대하여 재정립해야할 필요가 있다. 인간수명이 60~70세 정도일 때에 비하여 100세까지 살고 계시는 부모를 위해 자녀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지극히 제한적이라고 보아야 한다.
현세에 확실해진 것은 자신의 인생은 끝까지 자신이 책임져야 하며 그 기간이 매우 길다는 것이다. 이미 자녀를 잘 가르쳐서 키워 놓으면 나의 노후가 보장되는 시대가 아니다. 100세까지 살아야 하는 부모도 삶을 마감할 때까지 자신의 삶을 책임져야 하고, 자녀 또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자신의 삶을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명제는 부모가 자식을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의 방향을 설정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 중 하나로 ‘자녀를 언제, 어떻게 독립시켜 스스로 자신의 긴 인생을 책임 있게 살아가도록 할 것인가?’ 의 문제가 대두된다.
진정한 부모의 역할은 자녀가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잘 교육하여 성인이 되면 자연스럽게 독립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인이 된 자녀가 부모로부터 독립하지 못하고 함께 살면서 여러 가지 크고 작은 갈등을 겪고 있는 가정이 많다.
사람은 누구나 욕구와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식이 다르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순위가 다름을 알 수 있듯이 개인의 가치관, 생활관, 세계관, 종교관 등이 다르기 때문에 성인들이 모여 함께 생활한다는 것은 시작부터 위험을 안고 있는 일이다. 그래서 부모와 장성한 자식이 오랫동안 함께 살면 부모는 자식을 죄인으로 만들고, 자식은 부모를 죄인으로 만든다고 생각한다. 부모와 장성한 자녀가 적당한 거리를 두고 생활한다면 ‘다름’으로 부딪칠 기회를 줄이고, 사랑을 표현할 기회를 더 많이 가지게 되어 좋은 부모-자녀관계를 오래오래 유지하게 될 것이다. 서로의 정서적 안정으로 더 즐겁고 발전적인 생활을 영위하리라고 본다.
자녀의 독립을 위해서는 과정이 필요하다. 자녀가 완전히 독립할 수 있기까지 단계별 목표를 세우고 차근차근 연습하며 해결해나가도록 하면서 자녀 스스로 독립에 대하여 자신감을 키우도록 해야 한다.
자녀 독립을 위한 첫 단계로서 부모는 어렸을 때부터 자녀가 할 수 있는 일을 스스로 찾아서 해결하는 경험을 많이 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작게는 자기 물건 챙기기, 자기방 청소, 부모가 없을 때 간단한 식사해결은 물론이고, 점점 확대하여 가족 구성원으로서 가정의 크고 작은 일에 연령과 능력에 따라서 성실히 참여하는 것이 기초이다. 성인으로서 20세부터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여 독립연습을 구체적으로 한다. 가장 먼저 실행해야 할 일로서 주거(住居)를 따로 하는 문제를 추천한다. 이것은 성인이 된 자녀와 책임, 부정적인 정서, 상처 주는 언어 등에서 오는 갈등을 줄이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주거 분리를 원칙으로 하고 부모와 자녀가 함께 협의하여 완전 독립까지의 기간을 계획한 후 실행에 옮긴다.
한 예를 들면, 등록금과 최소한의 생활비를 지원하는데서 시작하여, 점차 등록금은 부모가 주지만 생활비는 스스로 해결하도록 하고, 마침내 주거, 생활비 모두 부모로부터 독립하도록 하는 것이다.
부모는 자녀를 통제해야 자녀가 실수를 줄이고 원만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을 우선 버리자. 성인이 된 자녀를 통제하고 간섭하는 일은 부모-자녀 관계의 균형을 무너뜨릴 뿐 아니라 오히려 자녀의 인생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부모는 20세 성인이 된 자녀가 독립하여 생활하면 더 책임감을 가지고 자신의 인생을 창의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보자. ‘아직도 공부 중이어서’, ‘아직 직장이 없어서’, ‘혼자 생활이 어려울 것 같아서’, ‘직장 때문에 아이들을 돌봐줘야 하니까’ 등과 같이 부모가 여러 이유를 들면서 자녀를 부모에게 묶어두고 있지는 않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자녀가 성인이 되면 부모에게서 독립해 세상으로 나가야 하듯이 부모 역시 자녀로부터 독립하여 노년을 살아가도록 한다. 자녀와 적당한 거리를 두고 생활하며 부모 자신의 인생을 건강하고 즐겁고 책임 있게 살아가야하기 때문이다.
자녀가 독립하게 되면 부모는 그동안 자녀를 가르치고 돌보느라 수고했던 모든 노고는 부모의 마땅한 책임으로 알고, 기대의 수준을 대폭 내려놓아야 한다. 다른 사람이 나에게 보이는 작은 배려에 감사하듯이 그 이상을 자식에게도 바라지 않아야 한다. 성인자녀도 이제부터 그 자신, 가족, 자녀들을 돌보고 자신의 노후까지 해결해야 할 테니 갈 길이 너무 멀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우리에게 행복의 원천은 가족이기 때문에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고 이해하고 기도하며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다. 그러면 부모가 그랬듯이 자녀도 고단한 삶을 헤쳐 나가며 성숙하고 건강한 사회인으로서 아름다운 삶을 살아갈 것이다.
/최 인숙
호원대학교 교수
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