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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전라매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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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동이 틀 무렵 길을 나선다. 농부들의 발걸음이 분주할 시간 도시의 거리는 한적하다. 이른 시각 거리로 나선 사람들의 표정에서 덜 깬 잠이 흐른다. 행인의 걸음이 다소곳하고 이슬을 털지 못한 강아지풀도 고개를 숙이고 있다.
근린공원에 새소리가 요란하다. 자동차 소음이 잔잔한 시각 새들은 짝을 부르느라 바쁜 시간이다. 밤사이에 이슬을 머금은 나무 위 보금자리에서 밀담을 나누는 듯 지저귀는 소리가 떠들썩하다. 저렇게 많은 새들이 살고 있었나 싶게 짹짹 경쾌한 소리로 허공을 채운다. 일찍 공원산책을 나온 할머니가 푸드덕푸드덕 날아오르는 새떼를 보며 열대야로 설쳤을 밤잠의 아쉬움을 달랜다. 주인을 따라 나온 애완견도 목줄 길이만큼 원을 그리며 잔디 위에서 연신 코를 킁킁거린다.
골목 안에서 빠져나온 손수레는 뒤가 안 보이게 고물을 싣고 공원 앞에 멈춘다. 농사일 보다 더 일찍 일손을 놀려 수레를 수북이 채웠다. 어둠이 깔려 있을 때 골목을 누비면서 고물을 주워 모았으리라. 덕분에 자원재활용이 되고 골목은 깨끗해지니 걸맞은 보상도 얻어지면 좋으련만…. 손수레를 세운 아저씨도 공원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댄다. 시원한 아침 바람이 공원을 구석구석 어루만지고 지나간다.
지금보다 몇 배로 부지런하게 하루를 채웠던 때가 내게도 있다. 학생인 동생들을 데리고 살 때 동트기 전부터 일과를 시작했다. 연탄불에 밥을 하고 한두 가지 새 반찬을 만들어서 도시락을 두세 개씩 싸서 등굣길을 책임졌다. 아침햇살이 창문을 따뜻하게 비치면 손빨래해서 널고 나도 출근 준비를 했다. 냉장고, 세탁기, 전기밥솥 없이 살던 이십 대 자취시절이다. 늘 늦잠으로 허둥대지 않고 새벽공기를 마실 수 있어 다행으로 여기던 때이다.
아침은 하늘도 순한 푸른빛이다. 눈을 찡그리지 않고 하늘을 올려다 볼 수 있으니 자주 푸른 하늘을 눈에 담는다. 가끔 조각구름 사이를 흐르듯 나는 비행기를 보면 어디로 가는 길인지 묻고 싶어진다. 비행기를 타고 아침 창공을 나는 사람들의 고단함도 전날부터 시작되었으리라. 나 역시 이른 시각 시작되는 일정을 위해 전날부터 생활리듬을 조절했으니 말이다.
상쾌한 아침공기를 마시며 건널목을 빠져나와 건널목 앞에 선다. 윙윙대며 달리던 차량이 멈추고 좌회전 차량이 다섯 대 쯤 지나가면 내가 편안하게 지나갈 수 있는 푸른 신호가 켜진다. 함께 기다리는 행인이 없을 때는 더욱 첫걸음을 딛는데 신중해야 한다. 막 바뀌고 있는 황색신호를 붙잡기 위해 전력질주 하는 차량이 나타날 때가 있다. 순간 무섭게 달리는 네 바퀴는 아침의 평온함을 짓뭉개고 섬뜩함을 뿌려 놓는다.
‘만일 내가 한 걸음만 빨리 내디뎠어도….’
이럴 때면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듯 걷던 발걸음이 멈칫하면서 긴 한숨이 나온다. 운전자도 바뀌는 황색신호등을 보고 푸른 신호등을 기다리면서 하늘에 떠 있는 조각구름에 마음의 편지를 써 보는 시간을 갖길 바라본다. 건널목 건너 능소화가 담장을 기웃대는 골목으로 다시 들어선다.
/황점숙
전주문인협회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