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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캐서린에게 옆에서 “오직 진실만을 말해줄 것을 약속해 달라.”며 영화 ‘The King, HenrryⅤ(데이비드 미쇼 감독, 티모시 살리메, 조엘 에지톤 주연의 2019년작)’는 막을 내린다. 나약한 왕자가 조언과 믿음 사이에서 평화를 사랑하는 균형 잡힌 군주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리얼하게 담은 역사물이다.
세익스피어의 ‘헨리 5세’를 바탕삼아 믿을 만한 누군가에게 기대고도 싶지만 결코 그를 허락하지 않으면서 나라와 국민을 기대게 만든다. 친구를 버린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강한 책임과 리더십를 통해 위대한 군주로 만든 우정관도 함께 읽을 수 있다. 이는 후한의 시조 광무제와 친구 간인 엄광의 고사와도 일맥상통한다. 동문수학한 친구 유수(劉秀)가 황제에 오르자 영욕을 뒤로한 채 이름을 바꾸고 은거한다. 초상화를 그려 전국을 뒤진 끝에 절강성 부춘산 기슭 강가에서 낚시하며 세상을 잊고 사는 그를 발견한다. 세 번의 부름 끝에 만나기는 했지만 누워서 일어나지도 않는다. 광무제는 살며시 다가가서 평소대로 그의 배를 쓰다듬으며 도움을 요청한다. 간의대부라는 고위직을 제수하겠다고 했지만 “선비에게는 굽힐 줄 모르는 뜻이 있는 걸세?”라며 거절한다. 신하 삼을 수 없음을 한탄하며 떠난 광무제였지만, 술친구로서 며칠을 함께 뒹굴었던 자릉이었다. 황제의 배 위에 발을 얹고 잤다는 일화는 지금도 회자 되는 순수한 우정을 읽을 수 있다. 위수가에서 강태공은 난세를 걱정하며 때를 기다렸다면, 엄광은 동강의 조대에서 세월을 잊고 있었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욕망의 낚시가 아니라 끓어오르는 인욕을 억누르며 그를 지우고 있었다. 친구인 황제의 그늘에서 부귀와 영광을 실컷 누릴 수 있었음에도 그를 뒤로한 채 깊은 산에 숨어버린 그의 청절(淸節)은 후세에 좋은 귀감이 되고 있다. 그곳 엄주의 태수 범증엄(989~1052)이 사당을 짓고 고결한 그의 인품을 칭송한다. “구름 걸린 산은 수목이 푸르고 흐르는 강물은 깊고 넓도다. 선생의 유풍은 산처럼 높고 저 강처럼 장구하리라(雲山蒼蒼 江水泱泱 先生之風 山高水長).” 그의 덕행이나 지조의 높고 깨끗함은 산보다도 더 높고 강보다도 더 길게 흐른다고 하여 산과 강에 비유한 ‘산고수장(山高水長)’이다. “만사에 무심하면 낚싯대 하나면 된다/ 삼공과도 이 강산을 바꾸지 않으련만/ 평생에 유문숙을 잘못 사귄 바람에/ 온 세상에 허명만 일으켰을 뿐이라네//” 남송의 강호 시인 지복고의 ‘낚시터(釣臺)’라는 시다. ‘莊遵(장준)’이라는 성과 이름을 ‘嚴光(엄광)’으로 바꾸고 은거한 고사를 읊은 것이다. 우리의 백범도 늘 가슴에 품은 좌우명이었다. 자신을 최대한 낮추고 비움으로써 황제를 최고의 지존으로 만든 존 폴스타프와 엄광이다. 그들의 겸손과 고결함은 오늘도 ‘山高水長’의 이름으로 늘 우리 곁에 다가와 있다. 비록 이권과 아부에 밝은 세상이라고 하지만 수많은 존과 광들이 山高水長 되어 세상에 가득했으면 싶다.
/양 태 규
옛글 21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