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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 칼럼

칼럼-우리 청소년들의 아픈 마음, 지역이 살펴야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입력 2025.03.13 17:22 수정 2025.03.13 05:22


유성동 대표
좋은교육시민연대

대구교육청은 2023년부터 2개년 간 62개교(초등 38개교, 중등 24개교)에서 초등학교 5학년과 중학교 1학년생을 대상으로 ‘마음학기제’를 시범 운영하였다. 마음학기제는 학생들의 건강한 정서와 튼튼한 마음의 힘을 기르기 위해 마음교육 수업을 학기당 15시간 이상 실시하고, 학교별 ‘마음학기제 러닝 페어 주간’을 자율적으로 운영하도록 구성된 교육프로그램이다.
 
연구용역에 따르면 마음학기제 시범 운영이 학생들의 정서조절능력, 사회정서역량과 회복탄력성 향상에 유의미한 효과를 미쳤고, 교사 대상의 전문가집단면담(FGI)에서도 학생들의 자기표현과 상호작용, 긍정성, 정서 조절 및 관리 능력 면에서의 긍정적 변화가 확인되었다.

마음학기제를 2022 개정교육과정 학교자율시간 활용 과목으로 승인받은 대구교육청은 올해 관내 모든 초5, 중1 대상으로 전면 시행 중이다.

이러한 노력 때문일까. 대구교육청은 2024년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서 피해응답률 0.9%로 전국 최저를 기록했다. 이는 전국 평균 2.1%보다 1.2%포인트 낮은 수치이며 직전연도와 동일한 응답률이다.
우리 지역은 어떠할까. 우리 지역의 작년 학교폭력 피해응답률은 2.6%로 제주어 이어 전국 두 번째로 높은 수치였다. 이는 전국 평균보다 0.5%포인트 높은 수치로 우리 지역 학생들이 평균적으로 20% 이상 더 많이 학교폭력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의미다.

우리 청소년들은 다른 지역 또래들보다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더 많이 우울한 상태다. 작년 11월 교육부와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2024 청소년건강행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도내 청소년의 스트레스 인지율은 46.1%로 17개시도 중 1위이고, 우울감 경험률도 30.4%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그래서일까, 자해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작년 10월 국회 교육위 소속 강경숙 의원실과 좋은교사운동이 함께 발표한 보도자료 ‘최근 3년간 자해 관련 학교 위기관리위원회 개최 건수’에 따르면 우리 지역은 1,188건으로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서울을 제외하고 경기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였다.
 
작년 12월 초록우산은 ‘2024 아동행복지수 생활시간 조사 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는 대한민국 아동들과 청소년들의 행복지수 및 하루 생활 분석이 담겼는데, 2024년 아동행복지수는 평균 45.3점이었다. 평균 수면시간은 3년 전(2021년)보다 15분 감소했고, 공부시간은 3년 전보다 28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아동행복지수가 낮은 아이들은 높은 아이들보다 학원‧독서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38분 더 길었고,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은 53분 더 짧았다. 보고서는 17개 시도별로 측정한 결과치도 발표했는데, 아동행복지수가 높은 지역은 가구 부채, 실업률, 사교육비, 범죄 발생률 등이 낮았고, 반면 문화‧체육시설 수와 공원 면적 등이 높았다.

궁금한 건 우리 지역 아동행복지수다. 우리 지역 아동행복지수는 43.9점으로 인천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낮았다. 전국 1위인 세종은 우리보다 6점 가까이 높았다.
 
결과적으로 우리 지역 어린이 및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은 현재 매우 위험한 상태다. 교육청도 나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관련 정책들의 효과성 검증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역사회의 노력 역시 중요하다. 우리 아이들의 정신건강 관련 통계수치의 변화를 주시하며 교육당국에 대책 마련을 촉구해야 한다.

서울 서대문구는 2016년부터 ‘달팽이학교’를 운영 중이다. 달팽이학교는 장기 결석이나 학교에서 벌점을 많이 받는 등 학교 적응이 필요한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지역 내 인적‧물적 자원을 활용해 지원하는 수업 대체 프로그램이다.
 
달팽이학교는 학교와 교육지원청, 지자체, 지역예술인 등의 협업으로 학생들의 자존감과 성취감을 높여 학교에서의 관계 형성을 돕는다는 의의를 갖는데, 2019년에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행정서비스 공동생산 우수사례 전국 1위를 수상하기도 했다.

우리 지역도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깊은 상처와 아픈 마음을 보듬고 치유할 수 있는 충분한 인프라와 역량이 있다. 관건은 이를 작동시킬 행동주체가 있느냐이다. 우리 청소년들이 마음의 문제를 슬기롭게 풀어가며 건강한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의 지속적 관심과 실천적 연대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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