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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익산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모(50·남)씨는 몇 해 전 아파트를 담보로 4억 원 넘게 대출을 받았다. 그러나 지속된 내수 침체와 물가 상승으로 매출이 급감하면서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이씨는 "적자가 쌓이면서 결국 대출 이자와 원금을 제때 갚지 못했고, 여러 기관으로부터 압류·가압류가 걸렸다"며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집이 경매로 넘어갈 위기에 처해 있다"고 토로했다.
대출 연체, 전세 보증금 미반환, 세금 체납 등이 겹치면서 전북지역의 주택 압류·가압류 건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본보가 법원 등기정보광장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4년 전북지역 집합건물(아파트·빌라 등) 압류 등기 신청 건수는 약 4,545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0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같은 해 가압류 신청 건수도 3,634건에 달했다.
압류와 가압류를 합산한 건수는 총 8,179건으로, 201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초저금리 시기에 무리하게 부동산을 매입하거나 사업 확장에 나섰던 차주들이 고금리와 경기 침체를 견디지 못해 대출 상환에 실패한 사례가 급증한 데 원인이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2022년까지 이어진 집값 급등기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과 '패닉바잉'에 나섰던 매수자들이 금리 인상과 경기 둔화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자영업자들의 재정 상황도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지난해 전북지역 집합건물 압류 신청 건수는 2021년 대비 49% 증가했으며, 가압류 신청 건수도 같은 기간 16% 늘어났다.
강제 경매로 소유권이 이전된 집합건물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전북지역에서 경매를 통해 소유권이 이전된 건수는 약 199건으로, 전년 대비 16% 증가했다. 전주, 익산, 군산 등에서는 낙찰가율 하락과 경매 물량 증가 현상이 두드러졌다.
법원 앞 박모(60·남) 변호사는 "당분간 전북지역 부동산 시장의 압류·경매 증가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다만 올해 1분기 압류 신청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약 50% 감소했는데, 이는 법원의 경매 일정 지연, 정부의 부동산 연착륙 대책에 따른 금융 지원 확대, 채권자들의 경매 신청 유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심 외곽, 소형 아파트 밀집 지역, 전세가율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경매 위험은 여전히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내수 부진이 장기화할 경우 압류·경매 주택이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고, 집값 하락과 전세가율 상승으로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노동식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전 전북지회장은 "지방 경기 침체를 해소하기 위해 보다 신속하고 체계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며 "자영업자 및 취약계층의 대출 연체 관리를 강화해 부동산 시장의 추가 불안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