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후퇴의 기로에 서 있던 민주주의 수호를 촉구하는 목소리에 화답했다. 내란 주범 윤석열 대통령을 파면 결정하면서 민주주의를 온전한 위치로 되돌릴 수 있게 됐다 헌재 재판관 8명 모두가 윤 대통령의 파면에 이견을 달지 않았다.
헌재는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 사유인 △비상계엄 선포의 위헌성 △계엄 포고령 1호의 위헌성 △군·경을 동원한 국회 장악 시도 △영장 없는 선거관리위원회 압수수색 △정치인·법조인 체포 지시 등 5가지 사유 모두를 인정했다. 헌법과 법률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자, 국민을 배신한 행위라는 것이다.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지 111일 만이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2년 11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대부분의 대통령 예우를 박탈당하고 역사에 길이 내란수괴라는 이름표가 따라다닐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12.3 내란에 대한 첫 관문을 통과했을 뿐이다. 위법·불법으로 자행한 비상계엄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파헤치고, 그에 걸맞은 심판을 받아야 한다. 윤 대통령에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내란의 동조세력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또한, 윤 대통령은 물론 부인 김건희를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에 대한 진실도 밝혀, 정의와 공정을 바로 세워야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국가의 전반적인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거대한 격랑 속에 빠져 있는 대한민국을 구출해야 한다. 날카로운 정치적 언어로 비판하고 갈등보다는 깊이 있는 성찰이 필요하다. 분노보다는 더 넓은 통합의 길을 가야 한다.
특히 이번 탄핵 사태를 지켜보던 국민의 불안감, 분노, 그리고 깊은 상처를 치유해야 한다. 정치가 해야 할 일이다. 그간 보여줬던 정치 갈등은 국민의 상처를 더 덧나게 할 뿐이다.
헌재의 파면 결정은 이미 내려졌다. 패자의 분노, 승자의 환호는 의미 없다. 회복을 위한 대통합만이 대한민국이 살길이다. 그 길은 정치의 몫이다. 국민을 더 기다리게 해서는 안 된다.
지금도 경제는 불안하다. 절벽 끝에 민생은 두려움에 떨고 있다. 미국 관세로 이어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에 각종 위기로 둘러싸여 있다. 분열된 정치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정치적 보복은 경계해야 한다. 옳고 그름을 따지고 들면 통합은 늦어진다. 윤 대통령과 동조세력을 분리해 판단해야 한다. 더 이상 그들을 편들거나, 그들을 공격의 빌미로 삼았을 때는 통합은 이상에 불과하다. 승자도 패자도 없다. 그것을 따지는 순간부터 또다시 분열과 과거로 회귀할 수밖에 없다.
건너야 할 강이 많다. 이제는 통합만이 험난한 여정을 극복할 수 있다. 대한민국을 걱정하는 마음은 다르지 않다. 분열의 종착이 아니라, 통합의 출발점에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일에 함께해야 한다.
전북특별자치도의회는 헌재의 윤 대통령 파면 결정 이후 환영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뿐 아니라, 국민의 힘 이수진 의원도 함께했다. 이 의원은 “국민의힘이 추구하는 법치를 알리고 싶었다.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민생 회복을 바탕으로, 국민통합을 이루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통합은 이렇게 시작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