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밤 대선을 앞두고 열린 마지막 TV토론이 끝나자 정치권은 물론 시민사회, 특히 전북 지역 정치권까지 거센 후폭풍에 휘말렸다. 중심에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성희롱성 발언이 있다.

이준석 후보는 이날 토론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아들을 언급하며, 과거 인터넷에 올라온 성적 비하 표현을 인용해 “여성의 성기에 젓가락을 꽂고 싶다”는 극단적 발언을 했다.

이 발언은 생방송을 통해 전국에 그대로 전달됐고, 즉각 “여성 혐오”와 “정치적 금도를 벗어난 막말”이라는 비판이 쇄도했다.

법무법인 찬종의 이병철 변호사는 이 후보를 모욕죄와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공직선거법상 후보자 비방 혐의로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고발했다.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해당 발언이 청소년 보호에 관한 법률 및 정보통신망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고발했다.

전북 정치권도 즉각 반응했다.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은 28일 오전 성명을 내고 “이준석 후보의 발언은 국민을 향한 언어적 폭력이자, 정치와 토론에 대한 모독”이라며 “당장 후보직을 사퇴하고 국민 앞에 진심으로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전북도의회 소속 다수의 민주당 의원들도 공동입장문을 통해 “정치 윤리의 바닥을 확인한 순간”이라며 “표현의 자유로 포장된 혐오의 언어는 단호히 배격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전북의 정의당과 녹색당, 진보당 관계자들 역시 개별 성명을 통해 “여성을 폄하하는 발언이 대선 후보 입에서 공개적으로 나온 것은 충격”이라며 “정치권 전체가 성평등 감수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준석 후보는 논란 직후 자신의 SNS를 통해 “이재명 후보 아들의 글을 인용한 것일 뿐”이라며 “표현 수위가 높았던 점은 유감이다. 불편함을 느꼈을 국민께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사과문조차 진정성이 없다는 비판이 이어졌고, 개혁신당 내부에서도 탈당이 속출하고 있다.

당원 게시판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준석의 막말은 개혁신당의 정체성을 훼손했다”며 탈당 인증 글이 잇따랐고, 일부 지역위원장과 지방선거 출마자들은 공개적으로 이준석 후보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여성 지지층과 중도 개혁 성향 유권자들의 이탈이 눈에 띄는 가운데, 개혁신당의 지지율 하락은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도 적절치 못한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온 상황에서 단일화 문제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단일화 무용론'에 더욱 힘이 실리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이 사건으로 사실상 정책 검증의 마지막 무대였던 TV토론의 의미는 퇴색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서울=박찬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