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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 칼럼

칼럼-정책 검증 실종, 상대 비방전 TV 토론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입력 2025.05.29 15:25 수정 2025.05.29 03:25


신영규
전북수필과비평작가회의 회장
본지 객원논설위원

매스 미디어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력은 지대하다. 1997년 대선부터 도입된 후보 TV토론의 취지는 후보자들의 정책·가치관·사고력 등을 유권자가 직접 비교 평가하도록 해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투표를 유도하겠다는 것이었다.
 
TV토론은 후보 간의 질의와 답변, 반론 등 상호 치열한 공방을 통해서 후보 간의 정책과 이념의 차이를 드러내는 장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최근 진행된 세 번의 대선 후보자 TV 토론에서는 그런 차별성을 전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일부 후보는 정책과 국정수행 능력을 따지기보단 인신공격과 말꼬리잡기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보였다.

27일 열린 마지막 대선 후보 TV토론도 예외는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상대 후보에 흠집을 낼까’ 하는 비난전만 난무했다. 서로 물고 뜯는 네거티브 공방으로 끝났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주변 인물이 너무 많이 사망했다”며 이 후보를 공격했고, 이 후보는 “김 후보도 측근들이 부정비리로 처벌받지 않았냐”라고 반격했다. 1, 2차 토론 때와 똑같이 논제와 전혀 무관한 정쟁으로 일관하며 경쟁자를 겨냥한 인신공격에만 급급했다. 마치 사냥감을 찾는 하이에나처럼 이재명 후보를 물어뜯었다.
 
이재명 후보는 김문수·이준석 협공에 반격에 나섰지만 다소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이재명 후보가 가진 특유의 사이다 발언은 나오지 않았고, 매서운 공격보다는 방어가 더 많았다.

김문수 후보는 토론이 아니라 상대 후보 비난 연설을 하는 것 같았다. 특히 이준석 후보는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에게 “‘여성의 성기에 젓가락을 꽂고 싶다’고 하면 여성 혐오에 해당하느냐”고 물었다. 권 후보는 “답변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재차 “민주노동당은 이런 성폭력적 발언에 대해서 기준이 없나”라고 질문했다. 권 후보는 “묻는 취지는 잘 모르겠는데, 기준은 매우 엄격하다”고 답했다.

이준석 후보는 여성의 특정 부위를 두 번이나 언급했다. 원색적 수준의 여성 폭력을 선거에 이용하려 한 발상도 저급하다. 학부모들은 “아이와 토론을 보다 황급히 TV를 껐다”고 했다. 전 국민이 지켜보고 있는 공론장에서 시정잡배나 쓸법한 젓가락 발언은 명백한 여형 혐오, 성희롱 발언이다. 이 후보의 정치 수준은 그야말로 역량 부족과 저질적이다. 이런 자가 어떻게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이 되려는지 한심하다.
 
정치권에선 “여성 혐오” 등 비판이 쏟아졌고 이준석 후보의 대선 후보직 사퇴와 의원직 제명을 촉구했다. 일부 시민단체는 이 후보를 정보통신망법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이 후보는 “불편할 국민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에 대해선 사과를 드린다”고 했지만 때늦은 후회였다.

6·3 대선을 앞두고 세 번의 TV 토론회는 품격 없는 저질 토론이었다. 역대 최악의 난장판 토론이었다. 상대 후보 약점만 모아 국민에게 보고하는 연설장 같았다. 이러려면 뭐 하러 토론회를 했는지 모르겠다.
세상에는 절대적 진리가 없다. 사람은 누구든 어느 정도 자신만의 사고나 편견을 가지고 있다. 더욱이 정치에서는 서로의 입장차가 너무 크다. 그래서 상대와 토론할 때는 상대가 내세우는 근거의 사실 여부를 꼼꼼히 따져야 한다. 상대의 주장이 명백한 거짓이 아니면 이해하고 타협점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토론은 소통 능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 자신의 의견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상대방의 의견을 이해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그러나 논쟁할 때 보면 상대의 말이 옳아도 자기 입장과 다르면 수긍하기는커녕 반박하려 한다. 그러다 반박이 또 다른 반박을 낳고 결국은 고성만 오가다 끝난다. 이렇게 되면 자칫 상대방과 씻을 수 없는 감정만 사게 된다.
 
건전한 토론 문화는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고, 상대방의 주장을 경청하며, 논리적이고 객관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의견을 교환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합리적인 결론에 도달하고, 서로의 이해를 증진하는 데 도움을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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