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가 20일 앞으로 다가왔다. 민주주의의 축제가 되어야 할 지방선거다. 하지만 전북의 분위기는 냉담하다. 유권자들의 표정은 무덤덤하다. 냉소가 곳곳에서 들린다.
상대후보를 겨냥한 네거티브가 극에 달하면서다. 50%의 투표율을 넘길 수 있을 것인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실제 전북의 지방선거 투표율은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여 왔다. 2010년 60%를 넘었던 투표율은 이후 점진적으로 떨어졌고,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결국 50% 아래로 내려앉았다.
이는 단순한 숫자의 하락이 아니다. 지역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와 정치 참여 의지가 동시에 약해지고 있다는 경고다.
이 같은 현상의 배경에는 전북의 고착화된 정치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 특정 정당 중심의 정치 구도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인식이 굳어졌고, 본선보다 당내 경선이 더 치열한 기형적 구조가 반복돼 왔다. 그 과정에서 정작 주권자인 도민은 선거의 중심에서 밀려났다. 유권자 입장에서는 후보 선택의 폭이 제한되고, 선거 결과 또한 이미 정해진 것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다. 정치 무관심과 선거 피로감이 깊어진 이유다.
이번 선거에서는 좀 다른 양상이다. 정책 경쟁보다 인신공격과 비방 중심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 후보의 과거 행적과 도덕성 문제를 둘러싼 공방이 이어지면서 정작 전북의 미래를 위한 논의는 실종되고 있다. 후보 검증은 필요하지만, 그것이 정책과 비전 경쟁을 대신할 수는 없다. 유권자들이 알고 싶은 것은 ‘누가 더 흠이 많은가’가 아니다. ‘누가 전북의 미래를 책임질 역량과 해법을 갖고 있는가’다.
인구 감소와 청년 유출, 초고령화, 지역 소멸 위기는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산업 구조 전환과 일자리 창출, 정주 여건 개선 같은 과제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이런 중대한 시기에 선거가 네거티브 공방으로 얼룩진다면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도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책 중심으로 치러져야 한다. 우선 경제 회복과 일자리 창출에 대한 실질적인 해법이 제시돼야 한다. 새만금과 국가산단에 추진되는 대규모 투자들이 실제 지역 청년들의 고용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체적 시스템이 필요하다. 단순한 투자 유치 숫자 경쟁이 아니라 지역 기업과 인재를 연결하는 실효성 있는 정책이 중요하다.
또한 지역 소멸 대응 전략이다. 청년들이 떠나지 않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주거와 문화, 교통, 교육 환경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구체적인 비전이 필요하다. 농촌 지역의 의료 공백과 고령화 문제, 인력 부족 문제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도 제시돼야 한다.
신성장 산업 육성도 필요하다. 전북은 농생명 산업과 탄소 산업, 재생에너지, 문화관광 등 충분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K-푸드 산업과 미래 모빌리티, 생태·산림 자원을 연계한 산업 전략 등 전북만의 경쟁력을 어떻게 키워갈지 도민들은 구체적인 로드맵이 궁긍하다.
지방선거는 도민의 삶을 바꾸는 생활 정치의 출발점이다. 도로와 교통, 복지와 교육, 청년 일자리와 지역 경제처럼 주민의 일상과 직결된 문제를 해결할 사람을 뽑는 과정이다. 그럼에도 후보들이 정쟁과 비방에만 몰두한다면 이는 유권자에 대한 책임을 저버리는 일이다.
후보들은 자신들의 선거 방식, 선거 문화를 돌아봐야 한다. 도민들은 더 이상 상대를 공격하는 정치에 박수를 보내지 않는다. 자신들의 삶을 바꾸고 지역의 희망을 만들어갈 실력 있는 일꾼을 원한다. 후보들은 이제라도 네거티브 경쟁을 멈추고 정책과 비전으로 승부해야 한다. 그것이 침체된 전북 정치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도민들에게 다시 투표할 이유를 만들어주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