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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정성수의 시 감상 <여름 찬가>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입력 2025.06.26 17:17 수정 2025.06.26 05:17

 
여름 찬가-이필녀

여름날 작은 가수가 돌아왔다
햇살 속에서
신이 나 큰소리로 노래 부른다

가까이 다가서면 노래는 멈추고, 숲속 나뭇가지 뒤에 숨어 목이 쉬도록 울어댄다. 또 가까이 다가가면 그 울음마저 사라진다. 마치 들키기 싫은, 속마음처럼 조심스럽다.

계절을 잊지 않고 해마다 어김없이 찾아와, 기쁨에 찬 노래를 부르고, 어쩌면 슬픔도 토해낸다. 무더운 여름 한낮 햇살이 마구 쏟아지는 시간, 나무마다 자리를 잡고 한 명씩 목청을 가다듬는다, 어느새 합창이 시작되고, 때로는 외로운 솔로로. 숲은 무료 공연장이 되고 우리는 그 손님이 된다.

초대받지 않아도 노래는 늘 들려오고, 자연이 준비한 무대 위에, 가수들은 진심을 실어 보낸다.

시원한 돗자리 위에 누워
여름날 자연 속 가수가 들려주는 화음에 맞춰
흥얼거리다
산바람에 묻혀온 향긋한
풀냄새 맡으며 낮잠을 부른다


□ 정성수의 詩 감상 □

시「여름 찬가」는 여름날 자연 속 생명들의 소리를‘작은 가수’로 의인화하여, 계절과 자연이 들려주는 삶의 찬가를 섬세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포착한 작품이다. 시인은 여름날 울려 퍼지는 매미 소리를‘노래’와‘공연’으로 표현함으로써, 그것이 단순한 소리가 아니라 진심이 담긴 생의 외침이며, 자연이 준비한 하나의 예술임을 강조한다.
처음엔‘작은 가수’가 신나게 노래하다가 다가서면 숨고, 더 가까이 가면 소리조차 사라진다는 묘사는 자연의 소박하고 조심스러운 면모를 보여준다. 이는 인간의 속마음처럼 섬세하고 내밀한 감정을 닮았고, 자연이 얼마나 섬세한 존재인지 시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특히‘들키기 싫은, 속마음처럼 조심스럽다’는 구절은 자연의 소리와 인간의 정서 사이의 교묘한 연결을 드러내며, 독자에게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이 시는 매미 소리를 단지 여름의 배경음으로 소비하지 않고, 그것을 하나의‘공연’으로, 가슴 속 깊은 ‘진심’으로 승화시켰다.‘기쁨에 찬 노래’,‘어쩌면 슬픔도 토해낸다’는 표현은 자연의 소리가 단순한 본능을 넘어 감정을 담은 존재임을 암시한다. 나무마다 자리 잡고‘합창’을 하거나‘외로운 솔로’를 부르는 모습은 마치 인간 사회의 다양한 삶의 방식과 목소리를 반영하듯 섬세하고 은유적이다.
마지막 연에서 시인은 돗자리에 누워 자연의 합창에 몸을 맡기고, 풀냄새와 산바람에 안긴 채 낮잠을 청한다. 이는 자연과 인간이 교감하며 일상의 소소한 행복과 평온을 찾는 장면으로, 여름이라는 계절의 풍요로움과 감각적인 기쁨을 담아낸 아름다운 결말이다.
결국, 시「여름 찬가」는 자연의 소리 속에서 생명의 의미와 감정의 진폭을 발견하게 해주는 시이며, 평범한 여름날의 풍경을 시적 언어로 섬세하게 포착하여 독자에게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기쁨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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