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8기 들어 전주시의 지방채 발행 규모가 빠르게 늘었다. 2022년 2,552억 원이던 지방채는 2024년 6,083억 원으로 증가했다. 2년 만에 3,531억 원이 늘어난 셈이다. 이로 인해 전주시는 연간 약 195억 원의 이자를 상환하고 있으며, 채무비율은 21.4%에 이르러 ‘재정주의단체’ 지정 기준인 25%에 근접했다. 일부 시민단체와 정치권이 “예산폭탄이 아닌 빚폭탄”이라며 시정을 비판하는 이유다.
그러나 이 수치를 액면 그대로 ‘재정 위기’로 받아들여야 할지는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전주시가 이번에 발행한 지방채의 절반 가까이는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의 부지를 매입하는 데 쓰였다. 해당 부지는 도심 녹지를 확보하고, 난개발을 방지하는 핵심 자산이다. 이는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도시의 미래 가치를 지키는 필수적 조치였다. 올해 6월부터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의 실효 시점이 도래함에 따라 시가 이 부지를 확보하지 않으면, 사유지로 전환되어 개발 압력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점에서 우범기 전주시장이 밝힌 “대부분 자산으로 바뀌는 부채”,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해석은 단순한 변명으로 치부할 수 없다. 예산이 없다고 필수 도시 인프라 확보를 미룬다면, 향후 수십 배의 비용과 사회적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 실제로 우 시장은 지방채 증가분만큼 공유재산, 공공시설 등 자산 규모가 동반 확대됐음을 강조하며, 전주시 공유재산 규모는 전국 기초지자체 중 7위, 전체 자산은 11위 수준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우 시장이 재정 부담을 인지하면서도 장기적 안목의 투자를 단행한 배경에는 전주가 안고 있는 구조적 한계가 자리하고 있다. 인구 감소, 산업 기반 취약, 낮은 세수 자립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도시 성장의 동력을 갉아먹고 있다. 우 시장은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도시 확장 전략으로 완주·전주 통합을 추진하고 있으며, 탄소산업, 복합스포츠타운 조성, 역세권 개발 등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기반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렇다고 지방채 발행은 만능이 아니다. 아무리 자산 확보를 위한 투자라 하더라도 재정 건전성이 훼손되고, 미래 세대에 부담이 전가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시는 철저한 사후 관리와 함께 신속한 부채 감축 계획을 병행해야 한다. 우 시장이 밝힌 신규 지방채 억제, 순세계 잉여금 활용 조기 상환, 저금리 차환 전략은 실천이 중요하며, 시민이 납득하도록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나아가 현재 일부 국비 사업이 대응 예산 부족으로 지연되고 있다는 비판에는 무겁게 귀 기울여야 한다. 지방채에 의존한 확장 재정은 결국 국비 확보와의 균형 속에서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 재정 여건의 어려움 속에서도 중앙정부와의 협력을 통해 보다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재정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얼마의 빛이 늘었는지도 중요한 문제지만 ‘그 빚이 어떻게 쓰였으며, 무엇을 남겼는가’라는 문제의 답이 필요하다.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발언을 뒷받침할 근거와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또한 발행한 지방채 중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매입 용도 외에 사용된 사업에 대한 미래 가치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지방채는 그 자체로 선과 악이 나뉘지 않는다. 문제는 그것이 어떻게 쓰였고, 어떤 효과를 가져올 것인가다. 전주시의 부채가 시민의 삶을 위한 자산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시정은 더욱 정밀하고 책임 있는 재정 운용에 힘써야 할 것이다. 지금은 숫자에만 매몰된 비판보다, 도시의 지속가능한 성장 전략을 함께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