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 하구언의 숨-전대선
아침 햇살에 눈이 시리다
반짝이는 물빛 너머
서천의 해안이 200리 펼쳐진다
금강 하구언은 시작의 자리 강의 끝 바다의 문턱
둑 너머 바람이 성나게 몰아쳐도
강물은 묵묵히 숨을 고른다
계절마다 갈대가 흔들리고
그 흔들림에는 수많은 사연이 실려 있다
갈대숲 너머 철새들이 내려앉고
긴 여정을 마친 깃털이
따뜻한 품을 찾는다
이곳은 삶의 요람 고요한 터전
희망이 쉬어가는 언덕이다
고기잡이배가 푸른 바다에 꿈을 띄우면
파도 위로 일렁이는 시간 속에 은빛 윤슬이
길을 인도한다
삶의 격랑도 물결 위에 실려
가만한 숨결로 흘러가는 금강 하구언은
아버지의 강 어머니의 바다가 만나는 곳
갈대와 풀포기 나무와 꽃잎이 한 몸이 되어 흔들려도
바람에 팔랑이는 깃발처럼
자애로운 손짓으로 우리를 품는다
□ 정성수의 詩 감상 □
시「금강 하구언」은 자연의 경이로움과 생명의 순환, 그리고 인간 삶의 은유적 풍경을 담아낸 서정시이다. 시인은 금강 하구언이라는 지리적 공간을 단순한 장소가 아니라, 삶과 시간이 어우러지는 상징적 공간으로 그려냈다. ‘강의 끝, 바다의 문턱’이라는 표현은 이곳이 강과 바다가 만나는 경계이자, 시작과 끝, 흐름과 정착이 교차하는 의미심장한 장소임을 암시한다.
하구언의 풍경은 정적인 묘사 속에서도 역동적이다. ‘둑 너머 바람이 성나게 몰아쳐도 / 강물은 묵묵히 숨을 고른다’는 구절은 격랑 속에서도 고요함을 지키는 자연의 절제를 보여준다. 이는 인간이 살아가며 맞닥뜨리는 시련과 그 속에서 지켜야 할 평온함에 대한 은유로도 읽힌다. 특히 계절에 따라 흔들리는 갈대, 긴 여정을 마친 철새, 은빛 윤슬 등 자연의 요소들은 각각 삶의 굴곡, 쉼터, 인도자 등의 상징성을 띠며, 시 전체에 깊은 서정을 부여한다. 이 모든 자연의 움직임은 인간 삶의 풍경과 절묘하게 겹쳐지며, 독자는 자연과 인생이 서로 분리되지 않고 함께 호흡하는 존재임을 느낀다.
시의 후반부에서는 금강 하구언이 하나의 공간이 아니라, ‘삶의 요람’, ‘희망이 쉬어가는 언덕’, ‘자애로운 손짓’ 같은 따뜻한 이미지로 재현된다. ‘아버지의 강, 어머니의 바다가 만나는 곳’이라는 구절은 이 공간이 지닌 포근함과 근원적인 생명의 에너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따라서 이 시는 금강 하구언이라는 자연 풍경을 통해 인간 존재의 시작과 끝, 흔들림과 안식, 고난과 희망을 아우르는 삶의 진실을 담아냈다. 자연을 향한 경외와 함께, 우리가 어디서 왔고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를 성찰하게 하는 깊은 울림을 전하는 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