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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 사설

사설 - 문화는 경제의 들러리가 아니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입력 2025.07.20 12:35 수정 2025.07.20 12:35

전라북도 민선 8기의 임기가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김관영 도지사는 임기 초부터 미래전략산업과 기업유치, 복합테마파크 조성 등 굵직한 경제정책들을 중심에 세우며 공격적인 도정을 펼쳐왔다. 특히 대한민국 올림픽 유치 경쟁에서 전북이 국내 후보지로 선정되는 성과는, 당시로서는 가능성이 희박했던 과제였다는 점에서 박수받을 만하다.
하지만 경제정책의 성과 이면에 가려진 민선 8기 문화정책의 실상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장연국 의원에 따르면 현 문화정책은 말 그대로 '빈곤'이라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관행과 반복에 갇혀 있다. 문화예산의 신규정책 비중은 고작 1%에 불과하며, 나머지 99%는 전임 도정에서 이어진 기존 사업의 반복이라는 것이다.
전북도가 내세운 ‘문화산업화’ 정책의 실체도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K컬처와 케이팝 아카데미라는 이름 아래 일부 프로그램이 추진되고 있으나, 지역성과 문화다양성, 지속 가능성이라는 문화정책의 본질적 요소는 찾아보기 어렵다. 케이팝 아카데미조차 명확한 성공 가능성이나 전략 없이 출발선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에서, 전북의 문화 미래를 이끌 ‘청사진’이라 하기에는 부족함이 크다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문화부문 기금 조성의 철저한 외면이다. 민선 8기 출범 이후 문화관광재단 기금에는 단 한 푼의 도비도 출연되지 않았다. 전임 도정이 317억 원까지 적립해 넘긴 문화기금은 이후로는 재단의 이자 수익과 순세계잉여금만으로 연명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상 도는 손을 떼고, 재단 스스로 돈을 마련하라는 식의 무책임한 방치다.
예술인 복지기금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2023년말 도의회 문화안전소방위원회의 제안으로 설치가 의결되었고, 관련 공청회에는 전북예총과 민예총 소속 예술인들이 대거 참석했으며, 관련 부서 역시 별다른 반대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전북도는 어떠한 기금 출연도 하지 않으며, 사실상 제도 자체를 무력화시키고 있다. 존속기한이 고작 3년 남은 상황에서, 이대로라면 기금은 한 푼도 조성되지 못한 채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장 의원의 이 같은 지적은 단순한 예산 문제를 넘어 민선8기 전북 도정의 문화정책에 대한 인식과 의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도정의 관심이 산업과 경제에 지나치게 집중된 나머지, 문화는 부차적인 것으로 밀려난 셈이다. 경제결정론적 사고에 기반한 ‘경제 우선주의’가 결국 문화정책을 사각지대로 내몰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지역발전은 경제뿐만 아니라 문화와 복지, 환경 등 다방면에서의 균형 있는 성장 속에서 가능하다.
문화는 단지 경제의 수단이 아니다. 그것은 지역 정체성과 자존감을 지탱하는 근간이며, 주민 삶의 질을 결정하는 핵심 영역이다. 문화 없는 경제는 뿌리 없는 성장이며, 문화정책의 빈곤은 결국 도시와 지역의 매력을 갉아먹는 구조적 문제로 이어진다.
민선 8기의 남은 기간, 전북도는 문화정책을 ‘비용’이 아니라 ‘투자’로 보는 인식 전환부터 시작해야 한다. 새로운 문화정책의 기획과 실행, 그리고 제도적 기반을 갖추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이 절실하다. 장 의원이 지적한 바와 같이,
지금이라도 관성에 의존한 문화행정을 중단하고, 창의적이고 전략적인 정책 방향을 새롭게 설정해야 할 것이다. 전북의 미래는 경제지표가 아니라, 그 안에서 살아가는 도민의 삶과 감수성, 그리고 문화적 자산 위에서 완성된다. 지금이야말로 전북 도정의 문화정책이 새롭게 태어나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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