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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 사설

사설 - 전북 통신판매업의 소비자 보호제도와 감시체계 정비 시급하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입력 2025.07.22 13:14 수정 2025.07.22 01:14

온라인 소비가 일상이 된 시대, 소비자들은 더 이상 물리적 매장을 찾지 않고도 상품을 주문하고 서비스를 구매한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통신판매는 선택이 아닌 필수 유통 채널로 부상했다. 하지만 소비의 구조가 빠르게 바뀐 것에 비해 제도적 안전망은 여전히 허술하다. 최근 전북특별자치도 내 통신판매업체의 실태조사 결과는 이런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소비자 보호의 최후 장치조차 마련되지 않은 온라인 쇼핑몰이 수두룩한 상황은 경악스러울 정도다. (사)한국여성소비자연합 전북소비자정보센터가 발표한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도내 통신판매업체 2만 4천여 곳 가운데 9할 가까이가 소비자 피해보상보험 가입 사실조차 제대로 고지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약철회와 같은 기본적인 권리 고지도 미흡한 상태며, 공정거래위원회 사업자 정보공개 연동률 역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온라인 거래라는 특성상 소비자는 판매자의 실체를 직접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에 법적 보호장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의 실태는 사실상 소비자를 무방비 상태로 내모는 셈이다.
전자상거래법은 사업자의 고지의무와 보상체계 참여를 명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행률이 지나치게 낮다는 점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청약철회 기간을 명시한 쇼핑몰은 전체의 30%에도 미치지 못했고, 구매안전서비스 가입 여부를 밝힌 곳은 5.6%에 그쳤다. 법률이 존재해도 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는 법적 강제력이 작동하지 않거나, 감독과 제재가 매우 느슨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번 조사에서 밝혀진 또 다른 문제는 이른바 ‘유령 사업자’의 존재다. 신고는 했지만 실제 운영되고 있는 도메인은 전체의 20% 수준에 달했다.. 이는 통신판매업 신고제도의 허점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등록만 하면 실질 운영 여부와 무관하게 사업자 지위를 인정받는 구조는 제도적 남용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이는 자칫 사기나 허위판매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실제 사업자를 추적하고 구제받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현실이 해마다 개선되기보다는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는 점이다. 청약철회 고지율은 전년 대비 더 낮아졌고, 사업자 정보공개 비율도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이는 사업자들이 관련 법령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알면서도 이를 무시하고 있다는 뜻이다. 즉, 법제도에 대한 교육과 지도점검,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소비자 보호는 단지 개인의 권익을 지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거래 환경이 유지돼야 시장 전체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 지금처럼 불투명하고 무책임한 운영이 방치된다면, 결국 소비자들의 신뢰는 무너지고, 건전한 시장 생태계도 위협받게 된다.
특히 전북처럼 중소사업자 중심의 지역 온라인 시장에서는 이러한 구조적 취약점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제는 더 강력한 제도적 개편과 공적 감시체계 정비가 필요하다. 통신판매업 등록과정에서 실제 운영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도입하고, 매년 갱신 점검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청약철회 고지, 피해보상보험 가입 여부 등 필수 고지 항목을 점검하고 이를 누락할 경우 즉각적인 시정명령과 행정처분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신규 사업자에 대한 사전교육을 의무화하고, 지속적인 온라인 컨설팅과 법률 가이드를 제공하는 시스템도 필요하다. 나아가 지역 차원의 모니터링과 민간 협력조직을 통해 실효성 있는 점검 활동을 정례화해야 한다.
이번 전북의 전수조사는 전국적으로도 유일하게 시행된 사례로, 그 자체만으로도 매우 의미 있는 성과다. 이 결과가 단순한 통계에 머물지 않고, 제도 개선의 단초가 되어야 한다.
지역의 온라인 소비환경을 보다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게 만드는 일은 지자체와 시민단체, 소비자, 사업자가 함께 짊어져야 할 과제다. 더 늦기 전에, 제도는 소비자 편에 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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