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시작, 전주시 완산구청 사거리에서 쏟아지는 장대비가 무더위를 씻어내며 가을의 문턱을 알린다. 시민들이 빗속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송효철 기자>
35년째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새만금 개발 사업의 향배가 ‘SOC 일괄 예타(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여부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SOC 인프라 구축이 지연되면서 기업 투자 결정도 줄줄이 늦춰지고 있는 만큼, 정부와 정치권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6년간 진행된 새만금 관련 SOC 예타는 총 12건. 이 가운데 2019년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로 지정된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8,077억 원)만 예타 면제를 받았다.
나머지 11건, 총 11조 4,305억 원 규모 사업은 모두 개별 예타 절차를 거쳐야 했다. 문제는 평균 18개월에 달하는 심사 기간이다. 최장 40개월이 걸린 사업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기업 투자가 지연되고, 입주 의향을 보인 기업들이 발길을 돌리는 사례가 속출했다.
통합형 개발사업, SOC 동시 완공이 핵심
새만금 사업은 개별 사업들의 단순 집합이 아니라, SOC·매립·에너지·환경 인프라가 서로 맞물려야 효과가 나는 ‘통합형 개발사업’이다. 도로가 있어도 항만이 늦어지면 물류 효율은 떨어지고, 항만이 완공돼도 철도가 지연되면 경쟁력이 확보되지 않는다. 배수갑문, 매립, 도로·항만이 동시에 갖춰져야만 본격적인 투자 유치와 산업 활성화가 가능하다.
김미정 전북자치도 새만금해양수산국장은 “SOC 사업은 일부만 늦어져도 전체 효과가 반감된다”며 “새만금은 SOC가 먼저 갖춰져야 투자가 따라오는 ‘선 SOC-후 투자’ 구조”라고 강조했다.
그는 “동시 완공 시 공사비 절감, 민간 투자 촉발, 지역 고용 창출 효과가 함께 일어날 것”이라며 예타 일괄 면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법적 근거와 정치적 결단
예비타당성조사 운용지침 제20조 10항은 ‘지역균형발전 및 국가 정책 추진 필요 사업’의 경우 예타 면제를 허용한다.
법적 근거는 이미 충분하다는 평가다. 더불어민주당 이원택 의원도 지난 7월, 새만금 용지 매립·조성 및 광역 인프라 설치 시 예타 면제를 가능하게 하는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전북 정치권이 일제히 힘을 모아야 하는 이유다.
향후 예타 절차를 앞둔 주요 SOC 사업은 새만금 남북 3축 도로 건설(1조 1,227억 원), 내부 간선도로 잔여 구간(5,468억 원), 환경생태용지 2-2단계 개발(2,444억 원), 배수갑문 증설(2,600억 원) 등 4건, 총 2조 1,739억 원 규모다.
남북 3축 도로는 새만금과 전북 외부를 연결하는 산업 물류의 대동맥이고, 내부 간선도로는 교통망 완결성과 물류비 절감의 필수 조건이다. 환경생태용지는 난개발 방지와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기반이고, 배수갑문은 해수유통 확대와 친환경 에너지 개발의 핵심 인프라다.
도민 염원과 정치권의 역할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군산을 찾아 “새만금 문제는 하루 빨리 정리하는 게 중요하다. 도민들이 억울하지 않도록 정부가 책임지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공약은 선언에 그칠 수 있다. 실제 실행력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전북도와 정치권이 힘을 모아 중앙정부와 국회를 압박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새만금 개발은 단순한 지역 현안이 아니다. 수도권 과밀 해소와 국가균형발전, 그리고 글로벌 경제 전략의 핵심 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SOC 인프라가 늦어지면 기업은 투자 타이밍을 놓치고, 새만금은 또다시 ‘그림 속의 청사진’에 머무를 수 있다.
전북 정치권의 과제는 분명하다. 일괄 예타 면제를 통한 속도전으로 새만금 개발의 골든타임을 지켜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국회와 정부를 설득할 논리와 도민 여론을 결집하는 정치적 리더십이 절실하다.
속도전 없인 미래도 없다
새만금 개발은 이미 35년을 허비했다. 앞으로의 5년, 예타 면제 여부가 향후 50년을 좌우할 수 있다. SOC 동시 완공 없이는 글로벌 기업을 끌어올 수 없고, 투자가 지연되면 지역 발전의 기회는 또다시 멀어진다.
“속도가 생명”이라는 도민들의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전북도와 정치권의 뚝심 있는 행동이다. 예타 면제가 새만금 개발의 성패를 가를 분수령임을 직시하고, 정부와 국회를 움직이는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송효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