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전라매일 본사 회의실에서 열린 전북 K-CULTURE 상설공연운영위원단 회의는 전북 공연문화의 미래를 논의하는 출발점이었다.
국민의례와 홍성일 전라매일 대표이사의 인사말로 시작된 이날 회의는 단순한 회합이 아니라, 지역 공연예술계가 당면한 핵심 과제 무대 부족 문제를 풀어내기 위한 본격적인 행동 선언이었다.
운영위원단은 전북을 기반으로 세계적인 한국 문화를 활용해 정기적이고 지속적인 공연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하는 전문가 집단이다.
이들이 내세운 목표는 분명하다. 전주를 중심으로 전라권에 상설공연장을 설립·운영해 지역 문화예술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시민의 문화 향유권 확대를 이루겠다는 것이다.
위원단은 ▲문화예술 창작·발표 기회 확대 ▲시민 친화형 문화공간 조성 ▲관광산업 연계 강화 ▲지역 브랜드 가치 향상을 네 가지 핵심 지향점으로 설정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임원 선출과 상설공연장 개설 추진 운영방안이 집중 논의됐고, 전북 문화공연 생태계의 체질 개선이 절실하다는 공감대가 확산됐다.
상임고문에는 최무연 (전북예술인총연합회장), 고문 서을지(화예명인), 회장 홍성일(전라매일 대표이사), 부회장 오운석(시사전북미디어 대표이사), 부회장 이삭빛(시인/인문학 강사), 감사 황이동(소리문화의전당 부장), 사무국장 조향순(온누리기획 대표), 재무국장 김영진(도시설계기술사)가 선출됐다.
위원단은 전북 K-CULTURE 상설공연을 상징할 심벌마크를 이날 확정·발표했다.
공연시장 성장, 그러나 인프라 부족이 발목
전북의 공연시장은 최근 몇 년간 뚜렷한 성장세를 보였다. 2024년 전북 지역 공연 건수는 478건으로, 2023년(418건) 대비 약 14.3% 증가했다. 티켓 판매액도 123억 4천만 원에 달하며 지역 공연산업의 잠재력을 확인시켰다.
특히 전통 국악 공연(판소리 등)과 지역 브랜드 공연이 활발히 기획되며 관객 증가세가 눈에 띈다.
그러나 공연장 인프라 부족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발목을 잡는다. 전북 청년을 대상으로 추진된 ‘청년문화예술패스’ 사업의 실제 공연 관람률이 저조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패스를 발급받았으나, 정작 갈 만한 공연이나 공간이 부족해 이용률이 떨어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한 공연관광 소비지출 효과도 미미하다. 공연은 열리지만 숙박·외식·교통으로 이어지는 지역 내 소비 연계가 부족해 경제 파급력이 크지 않은 것이다. 결국 인프라 부재가 전북 공연시장의 성장 동력을 제한하고 있는 셈이다.
전북 공연장 인프라 실태—다목적홀의 한계
전주시를 비롯한 도내 공연장은 대부분 다목적 시설이다. 공공 공연장이 있더라도 규모가 작거나 상설 운영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전용 무대·음향·조명 설비를 갖춘 극장은 드물고, 일부 예술회관·문화회관 등이 존재하지만 공연 빈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에는 시설과 예산, 인력이 부족하다.
지역 문화 전문가들은 “전북은 공연 자체보다 무대 인프라의 부족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한다. 다목적 문화회관이 많지만 특정 장르에 최적화되지 않아 공연의 완성도를 떨어뜨리고, 운영 효율성도 낮은 경우가 잦다.
왜 상설공연장이 필요한가
1. 지속적인 문화 향유 기반 마련
상설공연장은 공연을 임시적·이벤트성으로 소비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연중 프로그램화를 가능케 한다. 주민들이 정기적으로 공연을 접하며 문화생활의 질이 높아진다.
2. 예술가·제작자의 안정성 확보
공연 단체들이 일정 공간을 확보하면 제작비용과 행정 부담이 줄어들고, 신작 개발과 실험적 시도가 늘어난다. 이는 지역 예술계의 창작 생태계 안정화로 이어진다.
3. 지역 경제와 관광 효과 증대
공연 관람객이 타지로 빠져나가지 않고 지역 내에서 숙박·외식·교통 소비를 이어가면 부가가치가 커진다. 상설공연장은 체류형 관광을 가능케 해 경제 파급력을 확대한다.
4. 문화정책·형평성 강화
수도권에 집중된 공연 인프라 격차를 해소하는 것은 지방 문화의 자립성을 키우고, 문화 향유권의 균등 보장을 실현하는 중요한 과제다.
국내외 사례와 참고 모델
국내에서는 정동극장이 대표적이다. 전통예술 중심의 상설공연을 이어가며 꾸준한 관객층을 확보해왔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보고서 “장르 전용 공연장 현황 및 조성 방안”도 다목적홀의 한계를 지적하며, 장르 특화 공연장 설립을 권고했다.
또한 청년문화예술패스 이용률 저조의 배경으로 수도권 편중이 꼽히는 만큼, 지방 도시에 안정적 공연장이 존재한다면 지방 거주자들의 문화 접근성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현실적 근거도 확인된다.
과제와 장애 요인
상설공연장 설립에는 ▲높은 건축비용 ▲무대·음향·조명 설비 구축비 ▲운영 인력 확보 ▲예산 지원 등 복합적 과제가 따른다. 지역 인구밀도와 수요 예측 미흡, 지자체의 재정 부담도 걸림돌이다.
또한 단순히 건물을 짓는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공연 콘텐츠의 질과 경쟁력, 관객 유치 전략이 함께 마련되지 않으면 상설공연장의 효과는 반감된다.
정책 제언—전북형 상설공연장 설립 방안
지자체-중앙정부 협업: 전북도·시군이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협력해 건립 예산과 운영비 지원 체계를 마련.
장르 전용·복합형 설계: 국악, 연극, 무용, 클래식, 대중음악 등 특성에 맞는 전용 공연장 혹은 복합형 설계를 추진.
공공극장 운영체제 개편: 연간 45~48주 상설 운영이 가능하도록 인력과 예산을 안정적으로 확보.
지역 수요·접근성 반영: 주민 대상 수요조사, 도심 접근성, 교통·숙박 연계성을 고려한 입지 선정.
지역 콘텐츠·브랜드 육성: 전북 고유의 국악·전통 공연과 창작뮤지컬, 퓨전 콘텐츠 등 브랜드 공연 육성을 병행.
민간 참여 확대: 위탁운영, 민관합작, 기업 후원, 티켓 수익 환원 구조 등으로 운영 리스크 분산.
마무리—“이제는 무대를 만들 차례”
전북은 국악과 전통예술이라는 풍부한 자산을 지니고 있고, 공연시장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흐름을 지속 가능한 문화도시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공연장 인프라 확충, 특히 상설공연장 설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전북 K-CULTURE 상설공연운영위원단의 출범은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운영체계와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실질적 행동의 시작이다.
상설공연장은 단순히 무대를 제공하는 시설이 아니라, 예술가와 시민이 만나는 장이자 지역 경제와 관광의 중심 거점이 될 것이다.
전북이 문화 향유 기회를 균등하게 제공하고, 문화의 힘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의 길을 열기 위해서는 이제 정치적·행정적 결단과 무대를 채울 운영 디자인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메시지는 하나다. “전북의 잠재력은 충분하다. 이제는 무대를 만들 차례다.”
홍성일 전북 K-CULTURE 상설공연운영위원단 회장(전라매일 대표이사) 인터뷰
홍성일 전라매일 대표이사는 “전북이 가진 문화적 저력은 결코 수도권에 뒤지지 않는다”며 “상설공연장을 건립·운영함으로써 전북의 공연예술을 전국은 물론 세계에까지 알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무대가 있어야 예술이 자라고, 공연이 있어야 도시가 산다”며 “민간과 행정이 함께 손을 맞잡고 문화예술의 생태계를 키워낸다면 전북은 대한민국 문화수도의 위상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홍 회장은 “전북 K-CULTURE 상설공연운영위원단은 단순한 조직이 아니라, 지역의 잠재력을 무대로 연결하는 실질적 행동주체”라며 “앞으로 기획력과 실행력을 갖춘 운영을 통해 전북 공연예술의 지평을 넓혀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