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로 예정된 새만금신항의 개항이 다가오고 있지만, 정작 항만의 심장이라 할 배후부지 조성은 제자리걸음이다. 부두는 계획대로 완공되더라도, 화물 처리와 물류 산업이 입주할 땅이 없다면 그 항만은 껍데기에 불과하다. 서해안 물류 거점항만을 표방한 새만금신항이 ‘반쪽짜리 개항’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원택 국회의원이 해양수산부 자료를 근거로 지적했듯, 새만금신항 배후부지 1-1단계 사업(약 60만㎡)이 여전히 민자 100%로 추진 중이라는 점은 심각한 문제다. 부산 신항이나 광양항, 평택항 등 전국의 주요 신항만들은 모두 국가 재정으로 배후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물류 인프라는 국가가 책임져야 할 공공성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새만금신항만 민자방식으로 추진한다면, 이는 분명 형평성에 어긋나는 조치이자 지역 차별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새만금신항이 제 역할을 하려면 ‘배후부지 재정 전환’이 시급하다. 항만의 경쟁력은 단순히 부두의 규모나 수심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얼마나 많은 기업이 입주하고, 얼마나 효율적으로 물류가 이동하느냐가 관건이다. 배후부지가 조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부두만 개항한다면, 선박은 정박하더라도 화물을 처리할 공간이 부족해 물류 흐름이 병목 현상에 빠질 수밖에 없다. 결국 기업들은 물류 효율이 높은 다른 항만으로 발길을 돌릴 것이며, 새만금신항은 개항 첫날부터 ‘유령항만’으로 전락할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더구나 새만금신항은 단순한 항만이 아니다. 새만금 개발의 핵심 동력이다. 산업단지, 재생에너지 클러스터, 국제협력용지 등 새만금 전역의 발전 전략은 모두 항만 물류와 연결되어 있다. 항만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새만금 전체 개발의 추진력 또한 크게 약화될 수 있다. 그렇기에 해양수산부는 기획재정부와의 협의를 서둘러 국가 재정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재정 지원이 확정되어야만 기업 유치, 물류 네트워크 구축, 항만 운영 인력 확보 등 후속 절차가 제대로 이어질 수 있다.
방조제와 배후부지 사이 수로 매립을 통한 확장안도 주목할 만하다. 새만금신항이 서해안의 허브항만으로 성장하려면 초기부터 확장성을 염두에 둔 개발이 필요하다. 단기적 예산 절감 논리에 매몰돼 한정된 면적만 조성한다면, 향후 물동량 증가에 대응할 수 없게 된다. 관계 부처 간 조율과 환경부의 인허가 과정 등 복잡한 절차가 남아 있지만, 이 역시 정부가 책임 있게 조정해야 할 사안이다.
아울러 새만금 관할권 문제로 인한 갈등이 다시 불거져서는 안 된다. 그동안 새만금사업은 부처 간, 기관 간 이해관계 충돌로 수차례 표류해 왔다. 개발청, 전북도, 군산시, 해수부 간의 역할 분담이 명확히 정리되지 않으면, 이번에도 ‘책임 떠넘기기’로 시간을 허비할 가능성이 크다. 새만금신항은 전북의 숙원사업이자 국가의 미래 물류 인프라다. 특정 기관의 이익을 넘어, 국가 균형발전과 해양 물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거시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새만금신항은 총사업비 1조 3천억 원이 투입되는 대형 국책사업이다. 그만큼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고, 지역의 기대가 크다. 하지만 배후부지 확보 없이 개항을 강행한다면, ‘사업의 완성’이 아니라 ‘행사의 형식’에 그칠 것이다. 항만은 부두와 부지가 함께 어우러져야 비로소 항만이다.
수십 년간 염원해 온 새만금의 꿈이 새만금신항의 ‘반쪽짜리 개항’으로 멈추지 않도록, 지금이 바로 속도감 있고 체계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