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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 사설

전주천 꽃 심기, 생태를 외면한 행정이어선 안 된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입력 2025.11.03 09:39 수정 2025.11.03 09:39

전주 시민의 자부심이자 천년 고도의 생태 상징인 전주천이 또다시 행정 논란의 중심에 섰다.
최근 전북환경운동연합이 전주시의 ‘전주천 꽃 심기 계획’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겉으로는 시민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한 경관 개선 사업이라지만, 그 이면에는 생태계에 대한 이해 부족과 관행적 행정의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전주시는 겨울철 삭막해지는 하천변을 밝히기 위해 꽃밭 조성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11월은 이미 기온이 낮아 꽃의 활착률이 떨어지고, 외래종 위주의 식재는 하천 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하천 둔치는 장마철 범람을 대비해 비워두거나, 갈대·버드나무 등 자생 식물이 자연스럽게 군락을 이루도록 두는 것이 원칙이다. 그럼에도 전주시는 예산을 들여 꽃을 심겠다는 것이다. 이는 단기적 행정 성과에 치중한 전시행정의 전형적인 사례로, 장기적인 생태 관리 비전이 결여돼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전주천은 오랜 기간 시민과 행정, 환경단체가 함께 복원해 온 대표적 생태하천이다. 콘크리트 제방이었던 시절에서 벗어나, 생명력 넘치는 도시 속 자연으로 되살아났다. 그런 만큼 이번 논란은 단순한 조경사업의 문제가 아니라 그동안의 생태 복원 성과를 되돌릴 수도 있는 퇴행적 결정이라는 점에서 우려를 낳는다.
더 큰 문제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 시민이나 전문가와의 충분한 소통이 없었다는 것이다. 하천은 도시 미화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 시민의 공공 자산이자 도시 생태의 근간이다. 그럼에도 행정이 일방적으로 사업을 결정하고, 사후에 시민이 문제를 제기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이는 전주시 행정의 고질적인 소통 부재와 협치 부족을 다시 드러낸 사례다.
수십 년간 전주천을 지켜 온 버드나무 수백 그루를 잘라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시민들이 바라는 것은 인위적인 ‘꽃길’이 아니다. 자연이 스스로 호흡하고 회복하는 건강한 하천, 그 속에서 시민이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쉼을 얻는 공간이다. 전주천의 미학은 색색의 초화가 아니라, 억새와 갈대가 바람에 흔들리고 물고기와 새가 어우러지는 자연의 조화 그 자체에 있다. 생태적 안정성과 자연성이야말로 진정한 아름다움이다.
전주시는 이번 논란을 단순한 민원 사안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하천 관리의 패러다임을 경관 중심에서 생태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인위적으로 꽃을 심기보다는 자생식물 복원, 수질 개선, 생물 다양성 확대에 투자해야 한다. 이런 접근은 단기 성과보다 훨씬 지속가능한 방식이며, 기후변화 대응과 생태 교육 측면에서도 큰 가치를 지닌다.
또한 행정의 독단을 막기 위해 ‘전주천 거버넌스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시민, 전문가, 환경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협의체를 통해 정책을 수립하고, 하천 관리의 방향을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 투명하고 민주적인 결정 구조가 마련될 때, 전주천은 명실상부한 ‘시민의 강’으로 거듭날 수 있다.
전주천은 단순한 물길이 아니다. 도시의 생태와 문화, 시민의 삶이 어우러진 생명의 터전이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자연의 이치를 거스른다면, 그 대가는 결국 우리에게 되돌아온다.
전주시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자연의 원리를 존중하는 행정으로 거듭나야 한다. 시민과 함께 자연을 살리고 지키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전주천을 천년 후에도 이어갈 진정한 아름다움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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