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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늦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송효철 기자 입력 2025.12.02 15:47 수정 2025.12.02 03:47

87세 최은섭 어르신, 중등 검정고시 합격
(사)다온복지센터 중·고등 검정 과정 3명 졸업

“아무것도 기억되지 않는 늦은 밤 같았어요. 그래도 포기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87세의 나이에 중등 검정고시에 합격한 최은섭 씨(1937년생)가 전한 첫 소감이다.
사단법인 다온복지센터는 지난 11월 20일 중·고등 검정고시 합격자 졸업장을 수여하며, 배움을 향한 노력을 이어온 성인 학습자들의 여정을 격려했다.
이날 졸업장은 △중등과정 최은섭(1937년생), △고등과정 양경자(1960년생), △고등과정 오성숙(1968년생) 씨에게 각각 전달됐다.
가장 화제를 모은 이는 단연 최은섭 씨였다. 그는 올해 3월, 우연히 지인의 소개로 다온복지센터의 검정고시 과정을 알게 됐고, 당시를 “교회에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듣게 된 이야기 하나가 내 삶을 바꾸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배움의 꿈은 오래전부터 있었어요. 국장님과 교장선생님이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용기를 냈습니다.”
하지만 첫 시작은 쉽지 않았다. 그는 “늦은 어둠이 커튼 치듯 머릿속이 텅 비어 아무것도 기억되지 않았다”고 표현했다.
심지어 연습 삼아 치렀던 4월 시험에서는 ‘겁이 나서 글자 하나만 적고 나왔다’며 당시를 부끄럽지만 솔직하게 떠올렸다. 물론 결과는 낙방이었다. 그럼에도 최 씨는 “이번엔 진짜 해보자”는 각오로 다시 책을 펼쳤다.
다온복지센터 김미아 교장은 건강이 좋지 않은 날에도 수업을 이어갔고, 최 씨는 “나 때문에 힘들어하진 않으실까 죄송했지만, 선생님들의 열정을 보며 더 열심히 공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선귀 사무국장 역시 등하교를 돕고, 시험 당일엔 도시락까지 챙겨주며 그들을 응원했다.
“시험장에 앉아 ‘아는 만큼 생각나게 해달라’고 기도했습니다. 손이 떨려 글씨를 쓰기조차 힘들었어요.”
그러나 문제를 하나씩 풀어가자 마음이 조금씩 가라앉았고, 시험이 끝난 뒤 교장은 “합격했을 것 같다”고 따뜻하게 안아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얼마 뒤, ‘합격’이라는 두 글자를 마주했다. 최은섭 어르신은 “교장선생님과 국장님, 선생님들의 가르침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연신 고마움을 전했다.
“이제는 고등학교 검정고시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선생님들께 받은 사랑을 잊지 않겠습니다.”
최은섭 씨 외에도 고등검정고시에 합격한 양경자 씨(1960년생), 오성숙 씨(1968년생) 역시 이날 졸업장을 받으며 새로운 도전을 예고했다.
다온복지센터는 성인 학습자들의 재도전을 돕기 위해 맞춤형 교육과 지속적인 학습 지원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김미아 교장은 “학습자 한 명 한 명의 변화가 전주 지역의 성인 문해 교육을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며 “늦은 나이도, 바쁜 삶도 배움의 걸림돌이 될 수 없다는 걸 세 분이 증명하셨다”고 말했다.
김선귀 사무국장은 “앞으로도 어떤 제약이 있든 배움의 의지만 있다면 함께 길을 찾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87세의 도전과 합격.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는 말이, 그날 졸업장보다 더 깊은 울림으로 행사장을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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