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계가 제작비 상승과 관객 감소라는 이중의 위기 속에서 이동통신사와 멀티플렉스 상영관 간 영화 티켓 유통 구조에 대한 전면적인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영화산업 위기극복 영화인연대는 19일 성명을 내고 “2026년 이동통신 3사와 멀티플렉스 3사의 제휴 할인 재계약을 앞두고, 현재의 기형적인 티켓 가격 구조와 불투명한 정산 시스템이 한국 영화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며 공정한 유통 환경 조성을 촉구했다.
영화인연대는 가장 큰 문제로 이동통신사의 이른바 ‘벌크 계약’ 방식을 지목했다. 일부 이동통신사가 상영관으로부터 영화 티켓을 장당 약 7,000원 수준의 저가로 대량 구매한 뒤, 이를 멤버십 혜택 형태로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구조가 영화의 콘텐츠 가치를 왜곡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연대는 “이동통신사는 저가에 구매한 티켓을 멤버십 고객에게 할인 혜택처럼 제공하지만, 실제로는 해당 가격을 기준으로 상영관 매출과 배급·제작사의 수익이 정산된다”며 “그 결과 콘텐츠 권리자는 수익 감소를 떠안고, 이동통신사는 차액을 사실상 수익으로 가져가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방식이 영화 평균 객단가를 떨어뜨려 재투자 기반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이동통신사의 마케팅 비용이 콘텐츠 권리자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영화인연대는 “자사 고객 유치를 위한 할인 혜택 비용은 이동통신사가 부담하는 것이 시장의 원칙”이라며 “현재 구조는 상영관과의 저가 계약을 통해 최종 부담을 배급사와 제작사에 전가하는 책임 없는 할인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정산 과정의 불투명성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연대는 “계약 내용이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티켓 판매 가격과 할인 적용 규모, 실제 정산 기준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며 “콘텐츠 권리자가 자신이 만든 영화가 얼마에, 얼마나 판매됐는지도 모른 채 정산을 받아야 하는 구조는 공정 거래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영화인연대는 2026년 재계약을 앞두고 이동통신사와 상영관에 ▲영화 티켓 벌크 구매 계약 중단 ▲정상 발권가 기준 정산 ▲할인 비용의 이통사·상영관 부담 원칙 확립 ▲배급사·제작사가 참여하는 협의체 구성 ▲할인·정산 데이터의 투명한 공개 등을 요구했다.
연대는 “불공정한 ‘가짜 할인’ 구조를 바로잡지 않는다면 한국 영화산업의 기반은 더욱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2026년 재계약은 단순한 상업 계약이 아니라 한국 영화산업의 미래를 좌우하는 분기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영화인연대에는 여성영화인모임, 영화수입배급사협회, 전국독립영화전용관네트워크,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한국독립영화협회,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등 다수의 영화 관련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