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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칼럼 칼럼

국가보훈부에 바란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입력 2026.01.04 16:06 수정 2026.01.04 04:06

전대열 大記者 전북대 초빙교수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국가는 모두 나름대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역사와 전통은 그 나라의 정체성을 의미하고 국민의 긍지를 높이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많은 나라들이 오랜 세월을 버티며 국가의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서 엄청난 노력을 해왔다는 것은 역사 속에서 증명되는 일이며 전통에서 빛을 발휘한다. 미국이 지금은 세계 제일의 강국으로 설래발을 치고 있지만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겨우 200여 년의 역사에 불과하다. 영국이 한 때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군림하고 있을 때 청교도를 중심으로 한 국민들이 새로운 땅으로 지칭되는 아메리카 대륙으로 대거 이민을 한 것이 미국의 시작이다. 영국은 아메리카를 식민지로 규정하여 호된 세금으로 본국의 배를 불렸다. 신대륙을 차지했지만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 이들에게 과세는 당연히 저항으로 불거졌다. 미국의 독립혁명이다. 프랑스의 지원을 받은 신대륙 이민자들은 많은 희생을 치르면서 영국군을 물리치고 아메리카 합중국을 탄생시켰다.
신생국 미국은 기본적으로 노예제도를 활용한 남부지역의 농민들이 우세했으나 골드러시 등에 힘입은 동서북부 지역은 개척자의 정신으로 활력을 불어 넣었다. 게다가 대통령으로 뽑힌 링컨은 새로운 나라, 갈등의 주요 원인인 노예 문제를 일거에 해제하여 노예해방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남북전쟁의 시작이다. 엄청난 희생과 갈등을 겪어야 했던 노예 문제는 북군의 승리로 끝을 맺은 이후에도 오랫동안 얽히고설킨 매듭이 쉽게 풀리지 않았으나 근래에는 오바마같은 흑인 출신 대통령까지 등장하여 더 이상 갈등을 일으키지 않는다. 미국은 독립혁명과 남북전쟁의 진통을 겪으며 전쟁을 멀리하는 먼로의 고립주의를 채택하여 태평양 넘어 홀로 부귀영화에 빠져 들었으나 세계 제2차대전에서 일본의 진주만 폭격으로 전쟁에 휘말리며 마지막에는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탄을 투하하여 대전승국이 되었다.
전승국으로 미국의 위세는 세계에 우뚝 섰다. 영국도, 프랑스도, 소련도, 중국도 전승국이라고 이름은 붙었지만 미국을 당할 수는 없게 되었다. 세계 제일의 패권국가로 등장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을 위대하게 만든 것은 국가를 위해서 헌신한 인물에 대한 예우에서 크게 빛났다. 전쟁터에서 쓰러진 수많은 전쟁영웅을 버리지 않고 수십 년이 지났어도 그들의 유해를 찾아 전 세계를 누볐다.한국전쟁에서 산화한 전우를 찾아 북한에까지 막대한 경비를 들여 유해 발굴단을 파견하였으며 다대한 성과를 거뒀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를 본받아 현충원에 본부를 둔 유해 발굴단이 활동하고 있으며 많은 성과를 거두며 계속 중이다. 참전용사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나라의 근간이 유지되기 힘들다.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한국이 보훈 문제에 큰 관심을 쏟는 것은 당연한 국가의 의무이다.
한 해가 저물기 전에 윤석열 정부에서 외면했던 4.19혁명 유공자 추가포상 신청 공고를 낸 것은 국가보훈부의 쾌거로 인정된다. 부정부패한 정부를 쫓아내고 자유 민주 정의의 정신을 되살린 4.19혁명은 공로자들에 대해서 건국포장을 수여했다. 5.16군사 쿠데타로 곤두박질쳤던 4.19정신을 3.1운동과 함께 헌법전문에 기록하여 나라의 두 기둥으로 국민 모두의 이름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그 당시 전국 각지에서 ‘부정선거 무효’를 외치며 궐기했던 대학생과 고교생들은 이미 80 중반을 훌쩍 뛰어넘는 초고령자가 되었다. 혁명 후 65년 동안 정부는 10여 차례 4.19공로자 심사를 진행하였으나 지금 생존자는 겨우 200여 명에 불과하다. 그나마 병석에 눕지 않은 사람은 많지 않다. 쥐꼬리만한 예우금이 지급되고 있지만 의료 교통 등 필수 지원은 사실상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이들의 공로가 진정 건국포장을 받을만 하다고 인정되면 예우금 대폭인상 등 전반적인 개선책이 나와야 한다. 그리고 아직도 유공자로 포상받지 못하고 있는 수백 명의 동지들이 목이 빠지게 대기 증인 사실을 국가보훈부가 재삼 인식해야만 한다. 언필칭 100만 학도의 궐기라고 달콤한 립서비스로 끝나는 대통령 4.19기념사는 있으나 마나다. 실질이 뒷받침하지 않으면 목숨을 걸고 혁명에 앞장섰던 동지들의 아픈 가슴을 누가 쓸어내릴 수 있겠는가. 피눈물을 흘리며 자유당 독재정권을 규탄하다가 경찰의 총탄에 쓰러진 학우를 업고 뛰었던 그들의 가슴에 더 이상 상처를 남겨주는 것은 산자의 죄업(罪業)이다. 나는 당시 전북대 3학년으로 대학생 최초로 4.4데모를 주도하였다. 이 공로로 건국포장을 받은 사람은 10명이지만 신문에 이름이 있으면서도 사망했거나 연락이 두절된 동지들도 국가보훈부가 발굴해내야 한다. 지난번 마산과 부산지역에서도 상당수의 사망자를 발굴했던 선례가 있지 않은가. 미국이 보훈 대상자를 찾아 천리 만리를 오고 가는 것은 우리가 본받아야 할 애국정신이다..모처럼 새로운 추가포상 심사에서는 그동안 제외되었던 모든 신청자들이 전원 선정되기를 충심으로 기원한다.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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